여당 텃밭·야당 공략 '강북벨트' 수십 미터 투표 행렬

입력
2021.04.07 14:40
비닐장갑 끼고 체온 측정해야 입장
"여론조사? 결과는 뚜껑 열어봐야"
"서울시장, 서민 위한 정책 펼치길"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죠. 선거 결과는 뚜껑 열어봐야 알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7일 '강북벨트'의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일대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 발걸음이 이어졌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노원구 상계동의 한 투표소에는 대기 줄이 수십 미터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영향으로 줄은 다른 선거 때보다 더 길어 보였다.

코로나19는 투표소 풍경을 바꿔 놓았다. 투표소 입구에는 비닐장갑이 비치됐고, 출구에는 비닐장갑을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비닐장갑을 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투표 과정이 다소 번거로워졌고 투표시간도 길어졌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았다. 상계10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조모(44)씨는 "예전보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져서 투표장을 찾았다. 투표 안 하던 주변 사람들도 이번엔 좀 달라졌다"며 높은 투표율을 예상했다.

출근 시간이 지나자 50, 60대 중장년층과 70, 80대 노년층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한 투표소 선거관리사무원은 "투표장을 찾은 분들의 연령대가 50, 60대로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1호 투표자도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었다"고 귀띔했다.

강북벨트, 여야 모두 공들인 핵심지

강북벨트는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구청장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고, 지난해 총선 때도 용산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를 의식한 듯 박영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강북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표심을 다져왔다. 오세훈 후보도 첫 유세지와 마지막 유세지로 강북벨트를 택하면서 열세 지역에 공을 들였다.

유권자들은 특정 후보 몰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봉구 창동에서 투표를 마친 홍모(83)씨는 "손주들 생각하는 마음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잘 해결할 것 같은 후보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창동에서 만난 50대 여성 유권자는 "지난해 총선 때는 정당만 보고 투표했는데, 이번 선거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후보와 공약을 꼼꼼히 봤다"고 전했다.

"차기 시장, 서민 삶도 챙겨줬으면"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차기 시장에게 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여섯 살 딸과 투표장을 찾은 '워킹맘' 박모(45)씨는 "맞벌이 부부가 부담없이 출산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서민과 중산층을 살리는 정책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도봉구에 사는 노모(23)씨는 "취업 준비생이라 일자리 공약을 유심히 살펴보고 후보를 뽑았다"며 "차기 시장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코로나19 피해자들을 가족 같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구도 점심시간까지 투표하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를 찾은 문모(31)씨는 "종로구 민심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약속을 취소하고 투표장을 찾았다"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