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외국인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였다. 포토저널리즘을 주도해온 미국의 시사잡지 ‘라이프’는 당시 한국을 ‘낯선 땅(strange land)’으로 소개했다. 사진 설명에서 한복을 입은 남성에게 기모노를 입었다고 하는 걸 보면, 한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양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하나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불과했으리라.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외에선 지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의 사극 좀비물 ‘킹덤’의 인기로 ‘갓 열풍’이 불고 있다. 한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이태원 소재 현대카드의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라이프지를 비롯해 전권을 소장 중인 세계 유명 매거진들로 ‘the issue: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매거진 콜렉션’ 전시를 선보였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돼 보이는 전시물도 흥미롭다.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장면이 바로 그렇다. 70년 전 미국에서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돼 상용화되면서 백신을 맞기 위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사진(라이프지)을 보면, 현재의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떠오른다.
1926년생으로 올해 95세를 맞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주 시절과 즉위 직후 모습도 눈길을 끈다. 흰색 드레스로 한껏 꾸민 공주 시절 사진이 있고, 그 옆으로 여왕이 된 그가 근엄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1953년 서인도대에서 환영사를 하기 직전 여왕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남성을 위한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의 역사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적이면서도 잘 노는 남성들을 위한 잡지를 표방해온 플레이보이는 명사 인터뷰, SF소설 등을 다루며 단순히 야한 잡지로만 남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다.
지하로 내려가면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등 라이프지를 시기별로 정리해둔 공간이 나온다. 자신이 태어난 해와 월에 발간된 라이프지를 찾아서 펼쳐볼 수 있다. 바로 옆은 플레이보이 주요 표지를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네모 상자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어 보는 구조여서 ‘후방 주의’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대중음악 잡지인 롤링스톤 전시공간에서는 대중음악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음악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청음존도 마련돼 있다.
한 번쯤 봤을 법한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비틀스 멤버인 존 레논이 총격 사망 몇 시간 전 부인 오노 요코와 함께 촬영한 누드 사진(롤링스톤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휴가 중인 해군 병사와 간호사가 입을 맞추는 사진(라이프지) 등이다.
이 밖에도 탐험, 동물 등을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적인 건축 잡지 ‘도무스’ 등을 통해 20세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롤링스톤과 도무스의 전권을 다 보유한 곳은 극히 드물다”며 “역사적으로 의미를 지닌 매거진을 만나고, 각 매거진을 통해 당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관람은 만 19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현대카드 DIVE’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볼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전시는 7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