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할 이유가 사라졌다"...세계 최초 가상현실 기자 간담회 참여해보니

입력
2021.04.07 04:30
17면
코로나19로 재택·원격 근무 활성화
화상회의만으로는 업무 효율 한계
가상현실 기술 적용, 마치 실제처럼 회의 가능

"들리시나요?"

가상공간 속 3차원(3D) 아바타가 말을 걸어왔다. 발표자의 얼굴을 본떠 제작된 아바타는 회의실 가운데 서서 음향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회의 참가자들의 아바타도 각자 자리에 앉아 세미나 시작을 기다렸다. 발표가 시작되자 가상공간 속 화면에서 준비된 프레젠테이션(PT)과 영상이 재생됐다. 미국 뉴욕, 서울 강남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한 참가자들은 손을 들고 각자가 궁금한 내용을 문의했다. 회의가 끝나 가상현실(VR) 기기를 벗으니 내 방 모습이 보였다.

이는 공상과학(SF)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6일 오전 페이스북이 세계 최초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VR 공간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재현된 상황이다.

'킹스맨' 요원처럼 전세계서 가상 회의실 입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계 기업들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줌' 등 화상회의 플랫폼이 각광받았지만, 컴퓨터 내 카메라를 통해 제한된 화면만을 공유하다 보니 실제 모여서 회의를 하는 만큼의 효율성은 구현되지 못했다.

미국의 VR 협업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페이셜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VR 기술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에서 28세에 최연소 수석연구원(부장급)이 되면서 화제를 모은 이진하(34) 스페이셜 공동창업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유행 한 달 만에 스페이셜에 들어온 업무요청만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간 사용량도 일 년 만에 130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셜은 2017년 창업 이후 3년간 투자액 2,200만 달러(약 246억 원)를 유치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 전원이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한 채 진행됐다. 퀘스트2에서 '스페이셜' 응용소프트웨어(앱)에 접속한 뒤 미리 받은 초청장을 제출하면 세미나 공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 '킹스맨'에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비밀요원들이 VR 안경을 쓰고 한 공간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 이 창업자는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자택에서, 나머지 기자들은 각각의 집에서 가상공간에 접속했다. 퀘스트2에는 마이크가 장착되어 있어 기능을 활성화한 채 말하면 회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출퇴근 제약이 사라질 것"

간담회 도중 "다시 콘택트 시대로 바뀔 경우 이런 재택근무 솔루션이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원격근무는 비가역적인 문화가 될 것"이라며 "집값 때문에라도 많은 개발자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원격근무를 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굳이 모여 업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채용 형태도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기존에는 필요한 인력을 내 일터에서 반경 15km에서 구했다면 원격근무가 가능해지면 1만5,000km 밖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된다"며 "꼭 출퇴근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퀘스트2가 전작보다 10% 가벼워졌다고 하지만 눈과 머리 일부를 덮는 기기의 특성상 장시간 착용하기엔 불편했으며, 눈의 피로도 상당했다.

정 대표는 "올해 하반기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 등과 협업해 두꺼운 안경 정도의 스마트글래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키보드, 디스플레이를 넘어 인터페이스의 중심이 '사람'이 되는 다음 시대의 컴퓨팅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