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화 해결 원칙 확인한 미중 줄타기 외교

입력
2021.04.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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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한미일 안보사령탑 협의와 한중 외교수장 회담이 동시에 열렸다.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은 워싱턴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중 외교장관은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샤먼에서 회담했다.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두 곳에서 정부가 미중을 상대로 '줄타기 외교'를 본격 가동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첫 줄타기 외교는 일단 긍정적이다. 우려와 달리 미중 갈등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고, 북핵 문제가 깊이 논의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공동발표문은 없었지만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그간 중국이 한미일 안보 연대의 틈을 벌리기 위해 한국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중국의 지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 정책에서 한국 입장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외교안보 대화(2+2)의 격을 차관급으로 올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선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백악관은 “협력을 통해 비핵화 문제에 대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3국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가 “북미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서 실장도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정부로선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떠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미중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줄타기 외교가 성공하려면 갈 길이 멀고 숱한 난관도 도사리고 있다. 미중이 계속 자국에 유리하게 한국이 움직이도록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도 미중이 틀어지면 성과를 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북핵 문제만큼은 미중을 설득해 충돌을 막고 외교적 공간을 만드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