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쏠리는 관심, 선거 후엔 입장 밝혀야

입력
2021.04.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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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투표 시간과 장소를 언론에 알려 기대를 자아냈지만 정작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사전투표 참여를 공개함으로써 야권 지지층에 결집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그는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사실상 장외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라리 윤 전 총장은 정치 행보를 공식화함으로써 정계의 혼란을 줄이고 검증대에 올라와야 한다. 재·보궐선거 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

'사전투표 퍼포먼스' 이전에도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해 “이번 선거는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며 분명한 정권 심판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터진 직후에는 “망국 범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정치적 함의를 띤 그의 발언은 그때마다 관심을 촉발시켰고 사실상 정치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전직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현직 검사의 실명 비판도 나왔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지난달 31일 내부 통신망에 “전직 총장의 정치 활동은 법질서 수호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며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려해 줄 것을 믿는다”는 글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크게 흔드는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막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할 때가 왔다.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하는 현 상황을 끝내고 정치 참여 또는 불참을 선언하기를 바란다. 모호성 전략은 몸값을 띄울지는 몰라도 국민의 검증을 회피하는 것이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면 이제 변죽을 울리는 장외 정치는 끝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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