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주거문제 대책으로 제시한 '5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국가보증제'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년 만기 모기지도 걸음마 단계인 데다 50년 모기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후소득 공백을 메울 정년연장, 재원 조달 방안 마련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0년 모기지 상품은 오는 하반기에 시범 도입된다. 40년 모기지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행하는 상황에서 이낙연 위원장은 훨씬 공격적인 50년 모기지를 꺼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상황이 바뀌면 연구할 수 있다"며 당장 검토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국가 보증 모기지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서 출시하는 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보금자리론은 최대 30년까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지원 자격은 △연 소득(본인·부부합산) 7,000만 원 이하 △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 △주택면적 85㎡ 이하(수도권 기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까지 적용된다.
보금자리론은 변동금리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 주담대와 달리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이달 기준 30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대출금리는 2.85%다. 주금공은 주택을 담보로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채권시장에 팔아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모기지 만기를 연장하면 총 이자는 늘지만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아 월 상환액은 줄어든다. 이낙연 위원장은 3억 원짜리 집을 사 2억1,000만 원(LTV 70% 반영)을 모기지 대출로 빌리면 50년 만기 월 상환액이 62만6,000원으로 30년 만기 83만5,000원보다 20만 원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0년 모기지를 도입하기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은성수 위원장이 50년 모기지의 조건으로 언급한 '바뀌어야 할 상황'과 연계된다.
우선 50년 모기지가 상품 가치를 지니려면 정년연장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현행 정년 60세 체계 아래선 노동소득이 없는 은퇴층이 초장기 모기지 대출금을 매달 갚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2019년 정년 70세 연장과 함께 50년 만기인 '플랫 50' 모기지를 도입했다.
교육, 집값 등의 이유로 이사가 잦은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모기지 대출로 산 주택을 5~10년 만에 팔고 대출금을 상환하는 사람이 많다면 초장기 모기지가 설 자리는 줄기 때문이다. 한번 집을 사면 오래 보유하는 미국은 일본처럼 50년 모기지 상품이 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우리나라는 장기간에 걸쳐 모기지를 갚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기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시장 분위기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주금공은 지난해부터 30년물 MBS를 발행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순조롭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 장기물을 판매할 때 시장이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할지는 미지수다. 장기채를 찾는 수요가 충분해야 50년 모기지 공급을 위한 재원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양한 모기지 상품을 제공한다는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다만 소득 발생 기간과 대출 상환 기간이 맞지 않는 50년 모기지를 정부 보증을 통해 공급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