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는 최근에 새로 생긴 소셜 미디어인데,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틱톡 따위와는 달리 순전히 음성만으로 굴러가고, 실명만을 사용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토픽의 방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참여해 말을 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는 폐쇄적이고, 그 가입은 초대장을 통한 신원보증으로만 가능하다.
2월 7일 새벽, 친구가 내 신원을 보증해 주었다. 온갖 셀럽들이 클럽하우스에 출몰하면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확 높아져,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당근마켓에서 2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때였다. 친구가 내게 뜬금없이 편의점 맥주 8캔을 사줬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이 플랫폼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수년 동안 인터넷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난생처음 들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음성 대화를 할 기회가 아예 없을 사람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으니. 나는 며칠 동안 잠까지 줄이면서 그 속에서 놀았고 친구들을 만들었다. 돈 주고도 듣기 힘들 정도로 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어쩌면 내가 트위터보다 이걸 더 많이 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좋은 때는 빠르게 끝났다. 대중 사이에서 핫해지니까, 당장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해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이제 완전히 레드오션이 되었으니 이 새로운 플랫폼이 피로 물들기 전에 빠르게 한 자리 해 보려는 것 같았다. 그런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게 딱히 즐겁진 않았다.
뭐, 한탕 해 보려는 허풍쟁이들보다야 낫겠다. 보통 사람들은 “오늘 점심 뭐 먹을까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곳의 허풍쟁이들은 같은 의미의 발화를 사뭇 다른 방식으로 한다. “저는 ○○ 스타트업에서 ○○ 일을 하고 있고 ○○를 ○○에 접목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 상을 받았습니다. 여러분께 오늘 점심 식사의 메뉴 선정 건에 대한 인사이트를 구하고자 합니다.” 음성 특유의 마력 때문에 이런 허풍쟁이들은 가끔 정말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벌써 투자 사기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모든 사람들을 피하더라도, 화기애애한 대화에 끼어들더니 수십 분 동안 딱히 특별하지 않은 자기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 사람들은 회피 불가능했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인생의 어느 국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능력이겠지만, 휴식을 위해 즐기는 소셜 미디어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 실명과 음성이라는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소셜 미디어 특성상, 쫓아내기도 힘들었다.
결국 나의 클럽하우스 사용 빈도는 2008년 코스피 지수처럼 급감했고,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 클럽하우스에 접속하면 가장 사람이 많은 방은 거의 항상 인스타 맞팔 방이다. 이 방의 규칙은 모두 한마디도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에 적힌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이다. 또 한 번 마크 저커버그의 손에 합격 목걸이가 쥐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