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옵티머스 호화자문단' 핵심 이헌재 소환... 막판 스퍼트 내나

입력
2021.04.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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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참고인 조사... 양호 조사 이후 8일 만
李, 옵티머스 사업 추천 등 실질적 고문 역할
'불법행위' 증거 부족... 피의자 입건은 힘들듯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회사의 ‘호화 자문단’ 핵심 멤버로 꼽혀 온 이헌재(77) 전 경제부총리를 1일 소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옵티머스 측 금융권 로비 ‘키맨’으로 지목됐던 양호(78) 전 나라은행장을 조사한 지 8일 만이다. 작년 6월 말 시작된 이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검찰도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이 전 부총리가 불법 로비를 벌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조사도 결국엔 ‘클리어(의혹 털어 내기)’ 차원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전날 이 전 부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옵티머스 고문으로 영입된 구체적 경위는 무엇인지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를 가장한 옵티머스의 펀드사기 구조를 알고 있었는지 △매달 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으며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 전 부총리는 지난 2017년 양 전 행장으로부터 김재현(51ㆍ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를 소개받은 뒤 옵티머스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으로 꾸려진 ‘호화 고문단’ 내에서도 최고위급 경제관료를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고, 구체적 역할 및 활동에도 시선이 쏠렸다.

실제 이 전 부총리는 단순히 옵티머스 측에 이름만 빌려준 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제목의 옵티머스 내부 문건엔 “이 전 부총리 추천으로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옵티머스는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직전인 지난해 3월, 기사회생을 노리며 해당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 ‘이 전 부총리가 남동발전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옵티머스 업무일지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김 대표 등과 이 전 부총리와의 미팅 일정이 잡힌 내용도 기재돼 있다(지난해 11월 9일 자 1면 참조). 또, 2017년 말 양 전 행장이 이 전 부총리를 거쳐 금융감독원 민원 요청을 시도한 정황을 담은 녹취록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황들만으로 이 전 부총리가 옵티머스 일당과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최소한 묵인ㆍ방조했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이헌재ㆍ양호 고문 등에게 매달 500만원 고문료를 지급했다”는 관련자 진술 외엔, 뚜렷한 연루 흔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향후에도 이 전 부총리를 피의자로 입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준기 기자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