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기소권 갈등…檢, '김학의 사건' 차규근·이규원 기소

입력
2021.04.01 23:00
본격 수사 착수 2개월 반 만에 첫 사법처리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적용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 1월 13일 이 사건을 배당받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2개월 반 만에 이뤄진 첫 사법처리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날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2년 전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대검 과거사 조사 대상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해외 출국을 위법한 방식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의 주거지를 고려해 공소장은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 우려가 제기되자, 같은 달 20일쯤 공항 출입국청 공무원들로 하여금 김 전 차관 출국 여부를 실시간 확인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이 검사는 그 해 3월 22일 밤 ‘김 전 차관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았고, 곧바로 긴급출금을 요청해 김 전 차관 출국을 저지했다. 이어 다음날 새벽 차 본부장은 출금 요청을 사후 승인했다. 문제는 당시 김 전 차관이 정식으로 형사입건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데다, 이 검사가 작성한 긴급출금 요청서에 ‘허위 내사번호’가 기재되는 등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들을 살펴본 결과, ‘출국 모니터링’부터 출금 요청 사후 승인까지 일련의 과정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불구속 기소까지, 검찰 수사 과정은 우여곡절의 반복이었다. 특히 이규원 검사에 대한 처분은 검찰 내부에서도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후 ‘공수처 이첩→수원지검 재이첩’ 과정 등을 거치며 두 기관 사이 신경전이 빚어졌던 게 대표적이다. 공수처법의 ‘검사 사건 의무이첩’ 조항과 ‘공수처 수사 인력 미비’라는 현실론 사이에서, 공수처와 검찰 모두 “기소 여부는 우리가 판단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지난달 이 검사가 연루된 ‘김학의 보고서 조작 및 유출’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이첩받은 공수처가 결론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대검도 관련 사건이 두 기관에 동시 계류돼 있는 사정을 감안, 수원지검이 올린 ‘이규원 검사 구속영장 청구’ 의견 승인을 보류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사팀은 더 이상 처분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이 검사 불구속 기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 사건 공익신고자로부터 신고받은 사건을 공수처에 수사의뢰한 상태다. 수사의뢰 대상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수원지검이 목표로 삼았던 ‘윗선 개입’ 의혹 수사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수원지검이 아직 결론을 내지 않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잡음이 예상되고 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