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전건 송치 요구' 논란에 김진욱 발끈… 검·경과 갈등 빚나

입력
2021.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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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 추진 중 의견 수렴
'판검사 사건 모두 송치' 등 요구...검·경은 반발
"공수처 권한 확보에만 무게 두는 듯" 지적도

올해 1월 새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기존의 수사 기관인 검찰ㆍ경찰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수처가 판ㆍ검사 등의 범죄 사건을 검ㆍ경에 이첩했을 때, 수사 완료 후 모두 공수처로 송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검ㆍ경의 반발 속에, 김진욱 공수처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案)의 구체적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발끈하고 나섰다. 향후 공수처와 검ㆍ경의 수사 실무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공수처가 수사 실무에 필요한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 규칙안에는 공수처가 판ㆍ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이첩했을 때, 검찰과 경찰은 수사가 끝난 뒤 모두 공수처로 송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른바 ‘전건 송치’다. 경찰의 경우, 판ㆍ검사 사건 등을 수사하며 영장을 신청할 때에도 검찰이 아닌 공수처 검사를 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공수처는 이 같은 규칙안을 검ㆍ경에 전달한 뒤 의견을 수렴 중이다.

검ㆍ경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전건 송치 요구를 ‘수사는 다른 기관이 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김 처장이 꺼내 든 ‘재량이첩’ ‘공소권 유보부 이첩’ 개념을 명문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수사기관 간 사건 이첩은 김 처장 주장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쪼개서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건 자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최종 처분 권한도 이첩받은 기관에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경찰도 현재의 규칙안은 지난 1월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경찰도 수사종결권이 생긴 만큼, 일부 사건은 ‘불송치’로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영장 문제와 관련해선 반발이 더 크다. 실제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지휘를 받는 관계에서 벗어났는데, 이제 공수처가 경찰 지휘 기관이 되겠다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처장은 검ㆍ경으로 화살을 겨누는 모습이다. 이날 그는 출근길에서 “(검찰과 경찰에) 의견 수렴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용에 대해 (공수처가) 일절 밝힌 적이 없는데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검찰 또는 경찰이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불쾌감을 표한 것이다. 취재진 앞에선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평소 모습과는 다른,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일각에선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공수처와 검ㆍ경 간 수사 실무 조율 작업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당 규칙안 내용은 지난달 29일 세 기관의 ‘수사협의체’ 회의에 앞서 공유됐고, 회의 당일 논의 테이블에도 올랐으나 실질적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협의체 정례화도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상시적인 의사소통 창구가 마련될지도 불투명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 공수처는 권한 확보에만 무게를 두는 것으로 비친다”며 “하지만 검ㆍ경과 맞물려 돌아가는 수사실무에선 형사사법시스템의 안정적 운용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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