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게 하는 임대차 3법을 국회에서 단독 통과시켰다. 그런데 그 법을 발의했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 통과 20여 일을 앞두고 보유한 서울 신당동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한 것이 드러났다. 박 의원은 법 통과 하루 전 국회에서 “법 시행 전에 미리 월세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걱정하는 체하기도 했다.
임대차 3법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민주당 국토교통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도 박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대치동 아파트 전셋값을 9% 인상했다. 앞서 법 시행 이틀 전 전셋값을 14% 인상해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고려하면, 현 정부 경제정책 책임자, 법안 발의자, 소관 상임위 여당 간사가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드는 와중에 약삭빠르게 자기 재산은 챙겨온 것이다. 집값 전셋값 급등을 우려해 재산권 제약을 받아들였던 국민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의 위선을 공격하는 야당의 도덕불감증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반포 아파트 전세금을 23%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 대표는 자신은 법 개정에 반대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으나, 이를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안자들은 미리 빠져나간 후 만든 법을 과연 누구에게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이들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준 것이다.
1일 김태년 민주당 대표 대행은 “스스로 더 엄격하고 단호해지도록 윤리와 행동강령의 기준을 높이겠다”며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누구든 예외 없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 이어 이틀 연속 사과다. 이 늦은 읍소가 떠나간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놓으려면, 소속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는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