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 조선족으로 불똥?… 누리꾼들 "中정부 잘못" 선긋기

입력
2021.04.01 14:00
조선족 비판으로 향하는 반중정서
누리꾼들 "인종 혐오 안 돼, 경계해야"

방송가의 잇따른 중국풍 드라마 논란과 중국의 노골적 문화 왜곡이 터지면서 자칫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온라인에선 조선족을 비판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누리꾼은 인종 혐오·차별은 있을 수 없다며 반중 정서가 조선족으로까지 확대돼선 안 된다는 걱정과 함께 이를 경계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제발 조선족이라고 부르지 마세요'란 제목으로 과거 조선족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 내용이 올라왔다.

2019년 5월 KBS 교양 프로그램인 '거리의 만찬'에서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 사는 조선족 시민들이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2년 전 글이지만, 최근 중국의 문화 왜곡에 대한 거부감이 거세지고 입길에 오르면서 글도 다시 떠올랐다.

당시 방송 내용을 보면 한국에 귀화한 지 24년이 된 한 시민은 "한국에선 조선족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에 대한 심경을 전한다. 이에 또 다른 시민이 "우리가 한국에 왔으면 한민족이고 한 핏줄"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자가 '국적은 중국이지 않냐'고 묻자 시민들은 '중국 동포'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중국이랑 한국이 축구를 하면 누구 편을 들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귀화 24년 차인 시민은 "당연히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지만, 영주권자인 한 시민은 "저는 중국을 응원하겠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주권자가 말하는 이 장면만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전 글에선 동포를 강조하는 대림동 시민들의 이야기 장면이 더 많았고, 한국에 살면서 겪는 애로 사항이 다양하게 다뤄졌다. 누리꾼들은 이에 "너희는 중국인이다", "중국인이면서 왜 한국에 있느냐" 등 이들을 비꼬거나 혐오 대상으로 보는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 "美 아시아 혐오랑 다를 게 뭐냐"

그러나 "조선족 혐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반박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재외동포재단법에 나와 있는 동포에 대한 정의를 올리며 "조선족은 우리 동포가 맞다"(o*****)고 적었다.

재외동포재단법 제2조 2항에는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의 혈통을 지난 사람으로서 외국에 거주·생활하는 사람'이라고 규정됐다. 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나온다.

이 누리꾼은 "국적이 외국이어도 상관없다. 법이 그렇게 정의했다"며 "필리핀에 여행을 갔는데 한국인을 범죄자 취급하면 좋겠냐. 부끄러운 줄 알고 선동을 멈추고 '우리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조선족 혐오는 미국의 유색인종 혐오와 같은 것"이라며 "대상이 다를 뿐이지 혐오는 똑같다. 조선족이 어떻다고 하는데 모든 조선족이 다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냐"(고**)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의 잘못을 조선족 개개인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며 "그런 논리라면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박해받아도 마땅하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은 '조선족 혐오는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것'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지금 같은 정서는 오히려 중국을 이롭게 할 수 있다"(소***)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족은 우리와 뿌리가 같은 민족이다. 2, 3세대만 올라가면 우리 조상과 같다"며 "중국은 조선족의 정체성을 중국으로 갖고 가고 싶어할 것이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정서적으로 대립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