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4ㆍ7 재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정부ㆍ여당이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간절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혁신 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 달라”는 다짐과 호소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이 전 대표의 '대선 명운'이 걸린 만큼, 성난 부동산 민심 앞에 한껏 몸을 낮춘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보단 '읍소'에 가까웠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분노와 실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아프도록 잘 안다”며 “주거의 문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정부ㆍ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다.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열망에 저희들이 제대로 부응했는지, 압도적 의석을 주신 국민의 뜻을 저희들이 제대로 받들었는지,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저희들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겠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LH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청년 주거난, 전ㆍ월세 대란, 실수요자 대출 규제 문제 등 정부의 실책을 열거하기도 했다. 정권 공동운명체로서 청와대를 비호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일부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정권 심판론이 거세졌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감이다. 당 최고위원인 김종민ㆍ양향자 민주당 의원도 29일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고 서울시장 후보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조명받겠지만,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이에 절박함을 느낀 이 전 대표가 직접 민심에 호소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몸을 낮추고 또 났췄다.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저희들의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들의 혁신 노력마저 버리진 말아 주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어 “잘못을 모두 드러내면서 그것을 뿌리 뽑아 개혁할 수 있는 정당은, 외람되지만 민주당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