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토론회, '내곡동'만 보이고 '정책'은 안 보였다

입력
2021.03.31 22:55

"의혹 공세와 방어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책이 사라진 TV토론회였다."

29, 30일 이틀간 이어진 서울시장 후보TV 토론회에 대한 대체적 평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게 결정적 이유다. 이 때문에 부동산 대책이나 젠더 이슈 등 유권자들이 TV토론회를 통해 확인해야 할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은 묻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육아·코로나19 대책 토론에도 '내곡동'

MBC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각 주관한 이틀 간의 토론회에서는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다. 29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주제토론에서 오 후보를 향해 "내곡동 땅 대가로 36억5,000만 원을 보상받았느냐"고 공세를 한 게 대표적이다. 박 후보는 이어진 돌봄·육아를 주제로 한 키워드 토론에서도 "(오 후보가) 내곡동 불법 경작자의 말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이분들하고 계약은 왜 했느냐"고 내곡동 땅 투기 의혹으로 주제를 바꿨다.

오 후보가 '내곡동 토지 관련 민주당의 3대 거짓말'이라는 표까지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면서 토론회 분위기는 '내곡동 땅 의혹'으로 더 집중됐다. 오 후보는 " '보상받으려고 땅을 샀나' '서울시장 시절 관여했나' '당시 시가보다 더 받았나' 등 3가지가 초점"이라면서 "민주당이 이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단순히 방어 차원이 아니라 박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역공까지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정권심판론 등 다른 공격포인트를 부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의혹 공세에 대해 빠르고 분명하게 해명하고 넘어갔어야 했다"며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내곡동 늪' 빠진 두 후보 주택공급 방법론은

이번 선거 최대 이슈인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상대 후보의 핵심 공약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보다 피상적 공방 위주로 진행됐다. 오 후보가 "부동산 폭등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적대적 입장 때문인 것에 동의하느냐"고 공격하자, 이에 박 후보가 "박 전 시장 정책은 오세훈·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의 뉴타운 광풍으로 인해 서민들이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라고 주고 받은 게 대표적이다.

박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발생한 선거인 만큼 젠더 이슈 등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도 이번 TV토론에서 중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틀간의 토론회에서 이를 둘러싼 두 후보의 구체적 정책이나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 전 시장 성비위 사건 책임 공방 정도에 그쳤다. '여성 정책'도 오 후보의 △구역별 경비원 지원 △ 여성취업지원, 박 후보의 △여성안심주택 공급 △워킹맘을 위한 아이돌봄 체계 구축 등 일반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통 여당 후보는 정책이나 공약 실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데, 박 후보는 의혹 공방에만 집중하다 그런 측면을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TV토론회가 여러 유권자에게 개별 후보의 정책을 널리 알리고 비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의혹 공방 위주로만 토론이 진행되다 보니 시민들 입장에선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한 차별화 지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다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