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비판적 여론까지 담은 미국 국무부의 한국 인권보고서에 대해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직접 논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31일 밝혔다. 다만 인권보고서에 인용된 비판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고서와 발간 주체인 미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 선에서, 우회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발표된 미 국무부의 2020 인권보고서와 관련해 이날 “국무부 자체 보고서 내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전단 살포 규제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증진과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확대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노력 중이지만, 이런 노력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 평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시행 소식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야권 지도자와 인권운동가의 반발을 소개했다. 접경지대 주민의 생명과 안전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정부·여당 논리도 담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할애했다. 인권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유입 증가는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국무부가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의 전단살포금지를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의도를 가지거나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덜 중요하게 인식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무부도 북한 주민이 ‘사실에 기반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실효적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권보고서에는 통일부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탈북민 단체의 허가를 취소하고 북한 인권 관련 활동 단체에 대한 사무감사에 착수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행정적 조치인 사무감사를 탄압으로 보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감사는 해당 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특강 등 지원과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영리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할 경우 민법 제38조에 따라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