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보란듯…北 최상목-블링컨 만난 날 극초음속 IRBM 발사
북한이 6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고체연료 추진체계(엔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일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둔 미국에 '신기술 완성'을 알려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낮 12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IRBM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한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1,100㎞를 비행 후 동해상으로 탄착했다"고 전했다.군이 탄착 지점과의 거리, 발사 시점부터 떨어진 시간 등을 분석했을 때 지난해 1월과 4월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IRBM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미국 본토까지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마시일(SRBM)도 아닌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IRBM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사거리 3,000∼5,500㎞인 탄도미사일을 1,100㎞ 거리에 떨어뜨린 건, 기술력을 드러내면서도 미국과의 긴장감을 높이지 않기 위한 ‘견제구’ 성격 아니냐는 게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IRBM은 짧게는 일본에 위치한 미군기지, 길게는 미국령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5일 SRBM 발사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그동안 북한은 표면적으로 구체적인 군사 행동 없이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여 왔다. 그러나 우리 군은 지난달부터 발사 장소 인근에서 이동식발사대(TEL) 운용 정황을 파악하는 등 북한의 극초음속 IRBM 발사 징후를 포착해 예의주시했다. 지난 12월 23일엔 이례적으로 “당장이라도 쏠 수 있다”며 도발 징후를 언급하기도 했다. 합참은 이날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일본 측과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IRBM은 높은 추진력의 탄도미사일과 낮은 고도를 날아 목표를 향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결합시켜 ①사거리는 늘어나고 ②속도는 매우 빠르고 ③곡선을 그린 뒤 순항 비행을 해 레이더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췄다고 본다. 북한의 극초음속 IRBM 시험 발사는 지난해 1월 14일과 4월초 평양 일대에서 있었는데, 4월 발사 당시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에 한층 완성된 무기를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극초음속 IRBM의 가장 큰 특성은 ‘변칙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자산을 겨냥할 수 있다”며 “ICBM을 쏠 경우 미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어 조금 낮은 단계의 미사일로 (취임식을 약 2주 앞둔)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시점과 묘하게 맞았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4일 전이라는 점에서 대미 기선제압용으로 볼 수 있다”며 “최 대행 체제의 한반도내 군사 대비태세를 엿볼 의도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봤다. 한미일은 변동성이 큰 대내외 환경에도 흔들림 없는 협력체계를 보였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인성환 제2차장 주재로 합참 등 관계기관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갖고 북한 미사일 상황공유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이준일 외교부 한반도정책국장은 “6일 정오쯤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및 오코우치 아키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3자 유선 협의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