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우고, 청년 잡아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31일까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일정'을 통해 전한 메시지다. 한국일보가 오 후보의 일주일 동선을 분석한 결과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혔다.
오 후보는 토론회, 언론 인터뷰, 정책 협약식 등 장소가 고정된 행사를 제외한 일정 36개 중 33개를 '비강남' 지역에서 소화했다. 중년 여성들은 오 후보의 강력한 우군이고, 청년층은 취약 지대다. 이에 전통 시장 방문과 청년 관련 일정이 각각 9회씩으로 가장 많았다.
오 후보의 발걸음은 철저히 '비강남권'에 맞춰졌다. 25일 0시 광진구 서울 메트로 군자 차량기지 방문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오 후보는 사흘 만에 한강 이북에 위치한 자치구 14개를 모두 돌았다. 이 기간 오 후보는 하루의 첫 일정과 마지막 일정을 모두 비강남에서 잡았다.
특히 서남권(영등포 3회, 동작·양천·관악 각 2회)과 서북권(중 3회, 서대문·마포 각 2회) 방문 빈도가 높았다. 반면 강남(강남 2회, 송파 1회) 방문은 모두 합해 3회에 그쳤다. 이는 '강남 지역 이익만 대변하는 부자 정당 후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것이다. 오 후보는 16대 국회 때 서울 강남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비강남은 국민의힘의 험지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상식과 원칙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삶의 가치라는게 땅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오 후보는 30일 영등포역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강조하며 공정·정의 이슈와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2030세대를 자극했다. 그는 유세 일정의 대부분을 청년 주제(9회)에 할애했다. 부동산(2회), 종교(2회), 유력인사 만남(2회) 등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또 젊은 세대 유권자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숲(성동), 홍대(마포), 건국대 일대(광진)과 코엑스(강남) 등을 집중적으로 누볐다.
27일 연세대에서 대학생 대표를 만나 청년 문제 '해결사'를 자처한 이후로는 유세장에서 청년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비수만 꽂고, 절망적인 정치를 보여줬다" "미래세대에 빚만 떠넘기는 행태에 염증이 났다"는 청년들의 '입'을 통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킨 것이다.
오 후보가 비강남 지역과 청년층을 파고든 건 자신감 때문이다. '집토끼'는 이미 정권 심판이라는 접착제로 단단히 결집시킨 만큼, 국민의힘 취약 지대로 확장하는 공세적 전략을 택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남에 비해 집값이 덜 오르고 개발도 덜 된 비강남 지역의 분노 민심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민주당의 '조직력'에 밀리는 상황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는 오 후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보다 우세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