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이 단단히 뿔났다. 온라인 국민 게임으로 자리한 '리니지' 운영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트럭시위까지 감행할 태세다. 엔씨소프트 매출의 80%가 리니지에 집중된 만큼, 린저씨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당장 실적 타격과 더불어 이미지 손실도 더해지면서 입게 될 유무형적 피해는 상당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 이용자들은 다음 달 5일 경기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창원 NC파크 야구장 앞에서 엔씨소프트를 규탄하는 트럭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20년 넘게 충성 고객으로 가입,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를 국내 매출 1위 게임으로 키워 낸 린저씨들의 분노는 회사 측의 차별적인 게임 운영에서 비롯됐다.
1월 말 리니지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에서 진행한 업데이트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특정 아이템을 얻는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이에 기존 방식으로는 개당 5,000만 원에 달했던 아이템 획득 비용이 1,00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자 이번엔 이미 해당 아이템을 확보한 최상위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사흘 만에 이번 조치를 원상복귀하기로 번복했다. 이 결정에 대해 '1%만을 위한 게임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논란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사태는 더 악화됐다. 상당수 이용자들이 이미 해당 아이템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는데, 엔씨소프트는 그들이 얻은 성과까지 초기화시켜 버린 것. 이에 이용자들이 회사에 환불을 요청하자 엔씨소프트는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로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실제 한 이용자는 1억6,000만 원을 결제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로부터 5,000만 원어치의 게임머니만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달 초에만 해도 100만 원이 넘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폭락했다.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다소 회복하면서 80만 원대 후반까지 올라섰지만 회사 측의 오락가락한 운영은 여전히 도마에 올라 있다. 리니지M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 게임 중 유일하게 별점 2점대를 기록할 정도다.
피해도 점쳐진다.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 리니지2M, PC 리니지)의 지난해 매출은 1조9,58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특히 MMORPG 특성상 소수의 1% 이용자가 매출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이번 사태로 매월 수천만 원씩 쏟아붓는 '큰손'들의 이탈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1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 타격이 빚어질 경우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70%를 넘어서면서 '수출 효자' 노릇을 하는 넷마블, 컴투스, 펄비어스 등에 비해 엔씨소프트의 수익구조는 편중돼 있다. 이를 감안이라도 하듯, 한국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 주가 최하단부를 70만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큰손들의 불만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흡한 게임 운영에 리니지가 흔들릴 경우 엔씨소프트 전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가 총액 30대 기업 등기임원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급여(21억1,600만 원)와 상여금(162억 7,900만 원)을 합해 총 184억1,400만 원을 수령해 1위에 올랐다. 김 대표의 보수는 전년(94억5,000만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급여도 1억549만원으로 집계, 전년(8,641만 원)보다 2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