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왜 윤석열 향해 '해'도 '달'도 아닌 '별'이라고 말했나

입력
2021.03.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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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별'이다. '별'을 달군 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지율이 치솟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극찬한 이후 김 위원장의 '별 세례'를 받으려는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별'을 '대권을 잡을 기회'에 빗대 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2011년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평가했고, 2007년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는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면 역사 흐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서야 이름 앞에 별을 달아 주는 게 김 위원장의 원칙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내게 큰 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27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이 '별의 공방'으로 번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별이라는 건 아무한테나 하는 소리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후 박 후보가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자, 김 위원장은 "박 후보한테는 윤 총장한테 말한 의미로 얘기한 적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더 크고 밝게 빛나는 건 태양과 달인데, 김 위원장은 왜 '별'을 애용할까. 스스로 빛을 내 사람들을 매혹하는 '별'(Star) 같은 존재라는 의미일 수도, '구별되다' '도드라지다'는 뜻의 '별(別)'을 가리킬 수도 있다. 독일어권에서 '별의 순간(Sternstunde)'이 '운명의 순간'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독일 유학파다.

'별'을 두고 '별의별' 추측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그 의미를 풀어놨다고 한다. 한 측근이 30일 한국일보에 전한 김 위원장의 설명. "별은 하늘에 떠 있고, 그 별을 잡으려고 사람들이 애를 쓰지 않나. 그런데 별을 잡을 기회는 인생에 한 번밖엔 안 와. 그 사람이 뭘 지향하느냐에 따라 평생 기회를 만나지 못하기도 하지...."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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