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의뢰키로 했다. 여야는 지난 16일 특검과 국정조사 및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 방안을 두고 협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협상을 기다리지 않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먼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당이 협상 핑계를 대지 않고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경질 여파로 여권에 쏟아지는 비판을 차단하고 열세를 보이는 4·7 재·보선 국면을 뒤집으려는 고육지책의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사정이 어떻든, 말뿐이었던 전수조사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은 전향적인 태도다. 아울러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문제 있는 의원은 단호히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2018년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해외 출장을 지원받은 사례를 전수조사한 후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무늬만 전수조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문제 의원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정도 약속한 만큼 차후에 다른 핑계를 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정공법 외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도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해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여야가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전수조사만이라도 먼저 진행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여당의 전수조사 제안에 "못 할 게 없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던 만큼 당당하게 응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여권의 실정에 기대 반사이익만 누리려고 해서는 결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