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미 백악관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정상 간 협상으로 풀기보단 외교·동맹 틀로 접근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이처럼 바이든-김정은 두 정상 간 만남은 없다고 못 박았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유엔과 한국·미국·일본 3국의 대북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하향식(톱다운) 협상 방식으로 대변되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접근과는 다른 행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일정한 형태의 외교가 준비됐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과 만남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그(바이든)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의 직접 접촉은 선택지에 없다는 의미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나는 그(바이든)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 상황이 진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 트럼프식 해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단, (대북) 외교 준비는 비핵화가 최종 결과라는 조건 위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무 협의를 중심으로 한 상향(보텀업)식 대북 접근법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엔 안보리 위반으로 강경 대응하는 방식도 전임 행정부와는 다르다. 바이든에 이어 이날 블링컨 국무장관이 재차 "(북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자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 아니라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동맹 공조에 의한 대북정책 조율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행위는 우리 세 국가(한미일)와 세계 전역 동맹·파트너들의 결의를 전혀 흔들지 못한다"며 "유엔 체제를 비롯해 동맹국과 파트너국가, 우리가 규탄할 대상"이라고 북한의 도발을 맹비난했다. 이번 주 워싱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일 3국 안보 보좌관들의 대면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유엔 차원의 대북 추가 조치도 논의되고 있다. AP통신은 “유엔 안보리가 30일 북한 문제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달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 신형전술유도탄은 남한 전역을 타격 사정권 안에 두는 무기체계로 소형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