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 예정지 주민들이 국가산단 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산단 예정지인 연서면 와촌리·부동리 주민들로 구성된 '세종국가산업단지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30일 세종시청 앞에서 스마트국가산단 지정 반대 집회를 가졌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에서 "국가산단 후보지 발표 9개월 전부터 외지 투기꾼들이 마을 빈집이나 공터를 매입해 벌집 수십 채를 조립식으로 불과 3, 4주 만에 짓고, 살지도 않으면서 가끔 잠시 들러 전등만 켜놓고 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지인 소유 땅에는 갑자기 나무가 심어지고, 허름한 농가주택에 수십 년째 세들어 사는 노인에게 땅 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통보하는 일도 생겨났다"며 "이런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조용하던 시골마을은 어수선해지고 엉망이 됐다"고 강조했다.
국가산단 예정지인 연서면 와촌리·부동리 일원에는 보상을 노린 소규모 조립식 주택 30여 채가 들어서 있다. 봉암·눌왕리 등 인근에는 외지인들이 농지를 사들이거나 이른바 지분 쪼개기(필지 분할) 방식으로 농지·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공무원이 예정지 농지를, 전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예정지 인근 농지 등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책위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국가산단이 들어오면 고향을 떠나 무엇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개발돼 보상받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주변지역 땅값은 현재 보상예정가의 3~6배까지 올라 옮겨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책위는 "2019년 원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대한 세종시의 답변을 보면 그 어느 고려 대상에도 사람(원주민)은 없었다"며 "2019년 세종시장 면담에서도 원주민들 보고 대의를 위해 양보만 하라는 입장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국회의원은 피해자인 원주민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턱없이 적은 인근 농지 수용 전례를 보면 항상 힘없는 농민과 원주민만 희생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고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대책위는 또 "와촌·부동리 일대 6개 마을 수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 텐데도 자연촌락 밀집구역을 산단부지로 지정한 것은 원주민과 농민을 무시하지 않고선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보 방안으로 5생활권과 6생활권 사이 월산산업단지를 계획했었고, 옛 남한제지(풍만제지) 공장터를 재활용하는 방법 등도 있는데 굳이 정부가 오랜 기간 주민 삶의 터전이던 마을 여러 곳을 없애면서 국가산단을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오옥균 대책위원장은 "원주민들은 세종국가산단 수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종시와 국토부, 그리고 청와대는 농민 일자리를 뺏고, 원주민 동의 없이 기업에만 온갖 특혜를 주는 세종국가산단을 철회 및 불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하지만 "국가정책으로, 이미 사업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마트국가산단은 2019년 개발제한행위 고시에 이어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 중인 설계용역이 마무리되면 세종시는 산업단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오는 10월쯤 정부에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를 검토해 내년 중순쯤 산단 승인을 하면 준비 작업을 거쳐 2023년부터 보상을 시작하고, 2027년쯤 완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