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미얀마 경찰관 칫 린 뚜(21)는 지난 3일 사표를 던졌다. 자신이 속한 양곤 마웅칫대대에 시위대 사살 명령이 떨어진 직후였다. "경찰을 사랑한다. 하지만 군부가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시위 진압 현장에서 잘 알게 됐다." 담담하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뒤 그는 반(反)쿠데타 시위에 합류했다. 군경의 진압 전략을 잘 아는 그는 양곤 도심 시위 현장의 선봉에 섰다. 그가 있었기에 시위대는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곤 주둔 군경은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됐다. 결국 중화기까지 동원된 '국군의 날(3월 27일)' 그는 학살 현장에서 숨졌다. 뚜와 함께 시위를 벌였던 한 현지인은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시민들을 지키려 한, 진정한 시민의 경찰이었다"고 슬퍼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봤던 뚜의 부친은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최악의 날로 기록된 27일 숨진 시민은 169명을 넘어섰다. 현장 구조요원과 의료진에 대한 군경의 공격으로 제때 응급 치료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최초 집계(114명)보다 사흘 새 55명이 더 사망한 것이다. 30일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민 사망자 총인원도 510명까지 치솟았다. 100명을 기록한 지난 14일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400명 이상의 시민이 더 목숨을 잃은 것이다.
추가 사망자 명단에는 뚜처럼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민 투사들 이름이 새겨졌다. 지난달 22일 사가잉주(州) 반군부 집회에서 "공무원들이 더 많은 시민불복종운동(CDM)을 벌어야 한다"며 열정적인 연설을 했던 간호사 틴자 헤인(20)은 시위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중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 만달레이에서 사망한 의사 티하 틴 툰은 미리 남겨둔 유서로 시민들에게 용기를 물려줬다. "최선을 다해 싸워라. 절대 포기하지 말라. 국민이 힘을 되찾을 때, 그때 멈춰라." 그의 메시지는 현재 미얀마 SNS에 퍼지며 또다른 저항의 동력이 되고 있다.
군부는 이날도 남부 바고 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 중무장 병력을 투입했다. 카렌ㆍ카친주 등 소수 민족 반군 점령지에는 헬기를 이용한 공습을 이어갔다. 20여 년만에 재개된 군의 공격에 카렌 주민 1만여 명은 황급히 대피했다. 이 중 3,000여 명은 미얀마 동쪽 접경국 태국으로 향했으나 대다수가 입국 보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쪽 접경국 인도는 난민 유입 차단 지시까지 내리며 1,000여명의 미얀마인들을 내쫓았다.
반군은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른바 '북부 삼형제'라 불리는 아라칸 반군(AA)과 탕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은 이날 "군부가 살인을 중단하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봄 혁명'에 동참할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 포고했다. 이미 서·남부에서 미얀마 군과 전투 중인 카렌민족연합(KNU)과 카친독립군(KIA)에 이어 북부도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유엔은 이날 군부 규탄 성명에 이어 31일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미국은 미얀마와의 교역 중단 조치를 발동했다. 유럽연합(EU)은 군부 인사 11명에 대한 개별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