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최근 14년간 아파트 공공분양으로 챙긴 이익이 3조1,000억여 원에 달한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추정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기간 서울시장은 오세훈·박원순 시장이었는데, 경실련은 SH가 박 시장 재임 시절 훨씬 많은 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추정치를 발표했다.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07년 이후 지구별·단지별 분양가 공개서'를 바탕으로, SH가 2007~2020년 분양한 27개 지구 3만9,217가구의 분양원가와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다.
경실련에 따르면 SH는 오 시장 재임기인 2007~2011년 2만2,635가구를 공공분양해 총 1조1,971억 원의 이익을 냈고, 박 시장이 재임하던 2011~2020년엔 1만6,582가구를 분양해 총 1조8,719억 원을 남겼다. SH의 가구당 분양 이익을 따지면 박 시장 재임기가 1억1,000만 원으로 오 시장 재임기(5,000만 원)의 2배 수준이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의 경우 오 시장 시절엔 가구당 280만 원의 손실을 봤지만 박 시장 시절엔 평균 1억4,000만 원의 이익이 났다. 경실련은 오 시장 재임기 수치는 SH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했지만, 박 시장 재임기는 SH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자체 추정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 재임기엔 SH가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책정하고 건축비도 투입원가 기준으로 정했지만,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데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택지비를 감정가로 책정하면서 분양가가 부풀려졌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이 단체는 분석 대상 기간에 SH가 거둔 총이익(3조1,000억 원)에서 분양 가구 수(3만9,000가구)를 나눈 수치를 들어 "SH가 가구당 평균 8,000만 원씩 바가지를 씌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H의 지구별 분양이익을 보면 마곡지구가 4,601억 원(가구당 1억1,000만 원), 위례신도시가 3,708억 원(가구당 2억2,000만 원)으로 1, 2위였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공기업 SH가 국민이 위임한 3대 특권인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시민을 위해 사용할 때 집값이 안정된다"며 "그럼에도 박원순 시장 때는 공기업 배불리기, 건설업자 퍼주기, 공기업 투기 등의 행태가 매우 심각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SH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분양한 공공주택은 주택법 및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최소한의 수익으로 분양가격을 산정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