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점퍼로 살짝 드러낸 '빨간색'... 안철수의 복안인가

입력
2021.03.30 21:30
빨간색 넥타이에 이어 하얀 점퍼 속 빨간 셔츠
드레스코드에 합당 추진 가능성 담았나


빨간색 줄무늬 셔츠 위에 흰색 시스루 점퍼.

30일로 나흘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벌' 드레스코드다.
23일 야권 단일 후보 여론조사에서 패한 안 대표는 오 후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화끈한' 지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단일화 이후 오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까지 수락한 안 후보지만, 당적이 다른 만큼 국민의힘 선거 점퍼를 입을 수는 없다. 그래서 택한 '선거운동복'이 빨간색 셔츠와 흰색 점퍼다.

흰색 점퍼로 가린 듯하나, 얇은 시스루 재질이라 안에 받쳐 입은 셔츠의 빨간색이 살짝 비친다. 빨간색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의 당색,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가능성을 언급한 안 대표에겐 서울시장 선거 파트너의 상징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스루 점퍼로 가린 안 대표의 '수줍은' 빨간색이 최근 매일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운집한 유세현장에서 보일 듯 말 듯 알쏭달쏭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옷차림이 너무 한결같고 줄기차다. 마치 숨겨둔 계획이나 암시가 있는 것처럼.

안 대표의 이 같은 드레스코드에는 합당에 대한 당내 논의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당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도, 그렇다고 오 후보 지원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수도 없는 고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흰색 점퍼로 '백의종군'의 순수한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살짝 드러난 빨간색을 통해 국민의힘과의 통합 가능성을 이어가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안 대표는 27일 오 후보와 흰색 점퍼로 '깔맞춤'한 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빨간색 당 점퍼 대신 '기호 2번 오세훈'이 적힌 흰색 점퍼를 입은 오 후보와, 역시 흰색 바탕에 아무 표시 없는 점퍼를 입은 안 대표의 드레스코드는 ‘후보 단일화’ 의미를 과시하기 충분했다. 다만, 이날 안 대표의 모습은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후보 사퇴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2012년 대선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안 대표는 후보 사퇴 이후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안 대표는 28일 강남구 코엑스 광장, 29일 여의도역 앞에서 열린 오 후보 캠프의 유세장에 똑같은 차림으로 등장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손을 맞잡았다. 30일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도 안 대표가 선보인 드레스코드는 한결같았다. 이날 방송토론회 준비를 위해 먼저 자리를 뜬 오 후보에 이어 유세차량에 오른 안 대표는 현 정권의 실정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오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 다음 날인 24일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자주색 넥타이를 맨 오 후보보다 더 빨간 안 대표의 넥타이를 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환호했다. 당시 안 대표는 오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수용했다. 투표일이 열흘도 채 남지 않는 가운데 안 대표가 언제쯤 흰색 점퍼를 벗고 빨간색 셔츠를 당당하게 드러낼지 주목된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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