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야당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고 있다. 제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압승을 거두었던 민주당이 어쩌다가 불과 1년 만에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되었을까?
재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제기되고 여당 후보가 고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선거에서든 야당은 으레 정권심판론을 제기하기 마련이며, 나아가 매 선거마다 여당은 역으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하고 또 제3정당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양한 심판론이 서로 경쟁하며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따라서 설명해야 할 것은 정권심판론 자체가 아니라 어째서 하필이면 정권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는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지적할 것은 LH사태가 정권심판론을 촉발시키기는 했더라도 모든 것을 LH사태로 돌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만성적인 고질병이며, 정권을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비공개 정보를 사용하여 사적 이해관계를 추구한 사례는 잠깐만 검색해봐도 차고 넘친다. 이렇게 본다면 LH사태가 현 정권만의 책임이냐는 민주당의 항변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정권과 민주당에 대해 유권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LH 임직원들의 구체적인 일탈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라기보다는, 뿌리깊게 자리잡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청사진을 집권 여당이 보여주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도 있고, 정부가 집값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집권 이후 민주당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지나면 어떤 모습의 대한민국에서 살게 될지,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과연 얼마나 했던가?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은 과반을 훨씬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오랜 관행을 깨고 법사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할 출발점이라고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어째서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는가?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대해 지도부가 입을 모아 애도를 표시한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왜 소극적인가? 선별과 보편이라는 무의미한 논쟁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코로나로 인해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위해 어떤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했는가? 야당과 보수 언론은 민주당 주도의 국회에 대해 입법독재라고 비난한 바 있지만, 과연 민주당은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뭔가 하기는 했던가?
물론 민주당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각자의 기준에서 국정운영의 성과를 평가할 것이며,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민주당이 책임을 벗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보궐선거는 다가오는 대선의 전초전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정확하다. 왜 지금 정권심판론이 유권자의 공감을 얻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면, 만에 하나 성찰 없는 읍소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를 통해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서의 승리는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