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160만 원 상당의 역대 최고가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그동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품으로 중저가 시장에 주력해 온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노리고 나선 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29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11' 시리즈를 공개했다. 가장 고가 모델인 '미11 울트라'의 경우 퀄컴과 삼성전자의 최신 부품을 대거 채용했다.
미11 울트라는 카메라에 특화된 제품이다. 삼성전자 최신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GN2'를 탑재했다. 후면엔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를 비롯해 128도 시야각의 4,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20배 줌이 가능한 4,800만 화소 광각카메라가 각각 내장됐고 손떨림방지기능(OIS)도 적용됐다. 이 제품은 초광각·후면 메인·망원카메라 모두 8K 영상촬영도 지원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6.81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888 칩셋을 택했다. 120헤르츠(Hz) 주사율을 지원하고, 최고 밝기는 1,700니트를 제공한다. 하만 카돈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하고 IP68 방수·방진등급을 갖췄다. 배터리 용량은 5,000밀리암페어아워(mAh)며, 67와트(W) 초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해 36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사양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21 울트라'와 막상막하다. 중국 내 출시 가격은 5,999~6,999위안(약 103만~121만 원)이고 유럽 모델의 경우 1,199유로(160만 원)에 판매된다.
그동안 샤오미는 30만~40만 원대 제품을 주력으로 선보였다.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어려워진 화웨이의 공백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출하량은 22% 줄어든 반면 샤오미는 17% 증가했다. 샤오미는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 자리에 올라섰다.
미11을 선보인 샤오미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 계획도 공식화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난해 초부터 하이레인지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하이레인지 시장에서 우리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흥시장에서 샤오미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삼성전자에 부담스러운 소식이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샤오미(27.7%)였다. 삼성전자(20.2%)는 크게 뒤진 2위로, 2018년부터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게다가 샤오미는 가전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홈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삼성전자엔 위협적인 존재다. 지난해 말 기준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한 약 3억2,480만 대의 스마트 기기가 연결된 세계 최대 소비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폰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기술력이 한 수 위로 평가받는 화웨이 역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선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고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프리미엄 폰(400달러 이상)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 12%였으며, 이 가운데 90%는 중국에서 나왔다. 당시 샤오미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의 수십억 달러 연구·개발 예산과 비교했을 때 샤오미 개발 예산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