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라는 점이 민주당이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타깃으로 삼는 주된 이유다. 다만 오 후보가 해명 과정에서 '말 바꾸기' 등으로 빌미를 주면서 민주당 공세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후보를 향한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이 시작된 건 9일이다. 당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8월,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같은 해 10월 오 후보 처가 땅(4,443㎡)이 포함된 내곡동 지역이 지구로 지정돼 36억 원 상당의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다.
당시 오 후보 측은 이미 과거 선거에서 나온 의혹이고, 정리된 문제라 크게 번질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오 후보 캠프 측은 "내곡동 땅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민임대주택 사업 부지로 지정,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으로 이름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전신인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된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16일 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 제기 이후 내곡동 땅은 서울시장 취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지정됐다고 하는데, 당시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번복하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혹 당사자의 말이 번복되자 이를 다시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오 후보가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TV토론에서 "내곡동 땅 위치도 몰랐다"고 말한 것도 민주당 공격의 빌미가 됐다. 민주당은 오 후보 발언 이후 이에 대한 반대 정황을 제시하며 압박 중이다. '2005년 6월 13일 처가 가족들이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오 후보가 입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작인 등의 증거를 KBS가 잇따라 보도했고,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당시 증인 등과 오 후보가 3자대면을 해야 한다고 29일 촉구했다.
오 후보가 이날 다시 "땅 측량 현장에 제가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속받은 땅이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느냐가 쟁점"이라고 한 부분도 민주당 공격 지점이 됐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본인 말로 본인 말을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 '오세훈의 적은 오세훈'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직격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앞으로 후보의 개별 대응을 자제하고, 당 차원 대응에 무게를 싣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오 후보가 억울함을 호소하느라 흥분해 민주당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며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실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