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렇게 밥 아저씨처럼 ‘쓱쓱쓱’ 그려내면 되는 거예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센트럴파크타워에 자리한 서울예술교육센터 5층에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가상현실(VR) 드로잉 수업이 한창이었다. 누가 봐도 어려운 그림을 ‘참 쉽죠?’라는 말과 함께 뚝딱 그려냈던 서양화가 밥 로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이 피어났다. 아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고 있는 화가 아저씨라며 반가워했다.
언뜻 들으면 일반 미술 수업 같은 현장. 하지만 그 흔한 물감, 붓, 팔레트, 물통은 보이지 않았다. 머리와 양손에 VR장비를 착용한 아이들이 허공에다 동작을 할 뿐이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아이들이 가상세계에서 그려낸 그림이 구현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도구를 바꿔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냈다.
“눈이 피로하거나 어지러울 땐 장비를 벗고 쉬어야 해요. 몸 상태를 확인해가며 그리세요.” “안전구역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세요. 잘못 손을 휘두르면 다칠 수 있어요.” 지도 교사의 당부도 생경했다. 물감이 옷에 묻지 않게, 물통의 물을 쏟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이 필요 없는 미술 수업이다.
같은 시각 6층에서는 목공 수업이 진행됐다. 나무, 철 등을 가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과정이다. 서울예술교육센터 관계자는 “재단한 재료를 제공하고 정해준 것을 만드는 일반적인 목공 수업과는 차이가 있다”며 “학교 책상에 둘 가림막, 침대 위에서 쓸 미니 탁자 등 만들고자 하는 게 학생들마다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목공 수업에 참여한 대안학교 민들레 소속 최이은(16) 학생은 “에어팟(블루투스 이어폰) 거치대를 만들 것”이라며 “거치대가 있으면 한 손으로 뚜껑을 열고 이어폰을 꺼낼 수 있다. 침대 옆에 두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작년 11월 개관한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범 운영을 이어오다 오는 4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VR 드로잉, 도구 창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용은 무료다. 신청은 서울예술교육센터 공식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artsforteens)에서 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예술 교육에 특화돼 있지만, 어른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감정을 카드에 기록해볼 수 있는, 1층 감정서가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의 취지는 ‘감정서가 이용안내서’에 잘 나와 있다. “무심코 흘려 보내기 쉬운 매일의 감정을 표현하고 기록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장소가 되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