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다. 관건은 백신 공급 물량이 충분하냐다. 정부는 "접종 일정에 차질이 없다"거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약사와 협의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제적으로는 백신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국의 백신 수출을 금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공급 물량에 대해 좀 더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당부했다.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도입이 완료됐거나 상반기 중 들어올 예정인 물량은 총 889만5,000명분이다. 상반기 접종 예정 대상자인 1,200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 78만7,000명분과 화이자 5만8,000명분은 2월부터 들어와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코로나19 치료 의료진에 접종됐다. 이날 0시 기준 총 79만3,858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이로써 1분기 계획에 따른 접종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다.
2분기 접종의 시작은 24일 추가 반입돼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 25만 명분이다. 다음 달 1일부터 만 75세 이상에게 접종된다. 화이자 백신은 31일 25만 명분, 6월까지 300만 명분이 잇따라 더 들어온다지만, 모두 합쳐야 350만 명분이다. 만 75세 이상 364만 명에 비해 조금 부족하고, 접종거부자를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글로벌 백신 공동기구인 코백스를 통해 이달 31일과 내달 22일에 네덜란드로부터 34만5,000명분, 70만5,000명분을 추가 공급 받는다. 유럽 현지 통관이나 운송 등 소요기간을 고려하면 국내 도착은 각각 4월 초와 말쯤으로 예상된다. 5월 말 350만 명분도 예정되어 있지만, 정확한 시점은 미정이다.
백신 물량의 불확실성은 해외발 변수의 영향이 크다.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 불리던 인도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유럽연합도 역내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수출제한을 거론했다. 내수 물량부터 챙기겠다는 것이다.
여기다 우리나라가 2분기부터 도입한다던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도 심상치 않다. 얀센은 미국 내 공급 물량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해외 공급 물량을 줄이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백스도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부족 문제로 각국과의 공급 계약 체결을 미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협의 중이다" "구체적 도입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공개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백신 확보 전쟁이 더 심해질 것이기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계획을 준수하기 어렵다면 순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새 계획을 세우고 집단면역 형성이 늦춰지는 데 따른 방역계획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우리도 국내 생산 백신의 해외 반출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최선을 다해 기존 백신 공급 계약을 이행하되, 백신은 없는데 국내 상황이 나빠진다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러시아 스푸트니크V, 2종류다. 노바백스 백신은 생산기술까지 이전받지만 원재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생산도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