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의심 피한 국민연금 국내 주식 확대 유보

입력
2021.03.27 04:30
23면

국내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려던 국민연금의 시도가 26일 일단 유보됐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는 이날 기금운용 지침 변경안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고 다음달 말 열리는 기금운용위 회의에서 다시 검토키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비중은 16.8%다. 여기에 변동성이 큰 증시의 특성을 감안해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2%포인트로 뒀는데 이를 ±3.5%포인트로 확대하려다가 추가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회의에선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운용위가 지침을 변경하려 한 배경은 계속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누그러뜨리려는 것이지만, 모양새는 결코 통상적이지 않았다. 매년 5월 다음 연도 자산 투자비율을 확정해 왔음에도 올해는 갑자기 3월에 지침 변경안건을 상정한 것이나, 2011년 이래 10년간 유지해온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부랴부랴 조정한 점에서 그렇다. 이번 변경이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매도세를 비난해온 ‘동학개미’ 등을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보유 주식 시가총액이 목표비중을 훨씬 웃돌게 되자, 지침을 지키기 위해 자동매도세를 이어간 셈이다. 순매도 총액은 올 들어 15조5,000억 원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한때 3,2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3,000 언저리로 하락하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그러나 정치적 동기가 개입됐다는 비판까지 무릅쓰고 지침 변경을 강행하는 건 무리다. 기금운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유사시 보유 주식 매도에 따른 국내 증시 충격을 피하기 위해 2023년까지 되레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30%까지 늘리기로 한 ‘5개년 중기 자산배분계획’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추가 검토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도록 합리적 결론을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