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장' 잊어라… 험지 훑은 오세훈 "지역 확 바꿔보겠다"

입력
2021.03.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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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첫 유세 장소로 은평구의 서울지하철 6호선 응암역 3번 출구 앞 거리를 찾았다. 오전 7시 30분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오 후보는 "서북권 발전이 가장 지체돼 있다"며 "제가 시장이 되면 지역을 확 바꿔보겠다고 이 동네로 맨 처음 달려왔다"고 강북 발전론부터 꺼내 들었다.

선거운동 출발점으로 서울 서북권의 꼭지점 격인 은평구를 택한 오 후보는 이날 서대문구와 중구, 동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에 위치한 8개구(區) 를 '브이(V)' 자 형태로 차례로 도는 선거전략을 내보였다. 여권의 공격지점이 될 수 있는 '강남시장'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그간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했던 강북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강남' 잊고 취약지역 '강북' 공략

서북에서 동북까지 강북 전역을 저인망식으로 훑은 오 후보는 이날 가는 곳마다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북지역 개발에 힘을 쏟지 않아, 강남북 간 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인왕시장 유세에서 오 후보는 "서울이 10년간 전임시장 시절 조금 정체되고 발전이 더뎠다"고 지적한 뒤 "불광천에 오·폐수가 섞여서 불편한데 그것만 따로 보내도 얼마나 즐거운 산책길이겠느냐. 제가 다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역맞춤형 공약을 내놓아 경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불광시장 유세에서도 오 후보는 "교통 소외지역을 위해 계획한 경전철 7개 노선 사업도 박 전 시장이 취소했다"고 박 전 시장 시정을 비판하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박원순 시즌2'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가 강북에 이번 선거의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최근 국민의힘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당장 4월,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한수 이북 지역 중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에 완패했다. 이날 오 후보가 방문했던 8개 구에서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다.

특유의 스킨십으로 바닥 민심 챙긴 吳

당내 경선과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두 번의 반전 끝에 승리한 오 후보는 이날 특유의 스킨십으로 바닥 민심을 챙겼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한 분이라도 (유권자를) 더 만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약도 따랐지만, 오 후보는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응암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오 후보는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여성 유권자를 보자, 다가가 무릎부터 꿇고 유모차 안의 아이와 눈을 맞췄다. 남대문시장에서는 과거 오 후보 어머니가 수예품 가게를 열었던 자리 인근에서 한 상인이 다가와 "어머니랑 제일 친해부렀다. 훌륭한 아들을 뒀데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 후보는 "비좁고 침침한 가게 모퉁이에 앉아 계신 어머님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고 회상했다. 노원구 유세에서 오 후보는 "조직 있는 민주당 후보를 이기려면 1인당 10명씩 책임지고 투표장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동대문구 경동시장 유세에서도 "꼭 투표장에 나가 달라. 옆집 분, 앞집 분, 부모님, 동생 자제분들 꼭 모시고 투표장 나가야 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에 나경원까지 화력 지원

선거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국민의힘도 물량 공세로 오 후보 지원에 나섰다. 오전 인왕시장 유세 때 '젊은 피' 김병민·김재섭 비상대책위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힘을 보탰고, 남대문 시장 유세 때는 유승민 전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까지 가세했다. 대한문 집중유세 때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도 함께 연단에 섰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강남과 똑같은 생활환경, 교통환경을 만들어내겠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지원에 나선 안 대표의 유세연설이 끝난 뒤, 오 후보가 함께 손을 맞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유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이렇게 고조된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