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비롯한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로 꼽혀온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이 또다시 미뤄졌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여야가 모두 이 법의 제정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3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법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들이 포함돼 있다 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8일과 23일 회의를 갖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심사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새로 법을 만드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도 단독 처리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야당의 소극적 자세에 유감을 표한다”며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3월 국회 처리 무산을 야당 탓으로 돌렸으나 여당 역시 이 법에 대한 입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것은 2013년이다. 지난 8년간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법 제정 논의만 무성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됐다.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 침해를 이유로 제 목에 방울을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의 골자는 직무관련자와의 부동산 거래를 신고하는 등 이해 충돌 상황을 규제하고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국회가 이 법 제정을 더는 미룰 이유나 명분은 없다. 특히 LH 사태가 터진 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국가수사본부도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 대상에 현직 국회의원 3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가 계속 이 법 처리를 미룬다면 국회의원들만 법망을 피해가려 한다는 불신만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