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한 날, 발사체 연소시험 지켜본 문 대통령

입력
2021.03.25 22:0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연소시험을 참관했다. 미리 예정된 일정이었으나, 이날 새벽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통령의 발사체 시험 참관에 관심이 쏠렸다. 섬광과 함께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발사체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문 대통령의 모습과 환하게 웃으며 미사일 도발을 진두지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거 사진이 묘하게 겹쳐졌다.

물론, 두 사람이 지켜본 발사체는 각각 평화적 목적을 띤 위성 발사체와 대량 살상용 무기 체계라는 점에서 정반대의 성격을 띤다. 북한은 이날 새벽 함경남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 지난해 3월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이후 1년여 만에 도발을 감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측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남측의 발사체 연소시험은 성공리에 끝났다. 지난 2월 25일 2차 연소시험에 성공한 뒤 이날 발사 전 마지막 연소시험을 성공하면서 누리호 개발은 사실상 완료됐다. 누리호는 추력 75t급 액체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묶음)한 1단부와 75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2단부, 추력 7t급 액체엔진 3단부로 구성됐다.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로, 오는 10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러시아나 프랑스 등 외국 발사체를 이용해 왔다. 지난 22일에도 차세대중형위성 1호를 러시아 발사체 '소유즈2.1'에 탑재해 쏘아 올렸다. 10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발사체와 다목적 위성을 모두 갖춘 7대 우주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문 대통령은 연소시험 참관 후 연구자들을 만나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