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결의' 정권 따라 오락가락, 국제사회 눈총받는 한국

입력
2021.03.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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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체적 근거 없이 공동제안국 불참
'원칙' 없이 주변 상황 따라 기권·찬성 반복


지난 십수년간 한국의 일관성 없는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을 둘러싼 대내외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 참여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오랫동안 자행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군 포로와 그 후손들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처음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컨센서스에 참여했으나 유럽연합(EU)이 제출한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이후 3년 연속 공동제안에 불참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조속한 대화 재개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대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대외적으로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입장은 남북관계와 국내외 정치 환경, 정권의 이념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처음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2003~2005년 노무현 정부는 결의안 채택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했다. 그러다 2006년 11월 유엔총회 차원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선출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07년 표결에선 다시 기권했다가 2008년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체로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에 참여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이유와 인권 문제에 대한 기준조차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공동제안국 불참 배경에 대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심지어 국군 포로 처우 문제까지 포함된 이번 결의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은 결과적으로 자국민 인권에 대해서도 외면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 등을 고리로 동맹 규합에 나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엇박자도 감내해야 할 판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방한 중인 지난 1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선택적 기반(selective basis)을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등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해서 보편적 권리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를 향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을 다시 규합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전략"이라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계속되는 한 한국도 북한 인권 문제에 메시지를 발신하라는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