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와 72년 투쟁' 카렌반군의 땅... 미얀마 민주세력 집결지로 급부상

입력
2021.03.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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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군부인사 1,000여 명, KNU 통제지역으로 피신 
'軍최대 난적' 아라칸반군 반군부 전선 합류 
7세 소녀까지 사망… 시민들, 침묵 파업으로 항의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의 맏형인 카렌민족연합(KNU)의 통제지역이 현지 민주화 세력의 집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72년째 투쟁 중인 KNU의 무력 보호 아래 군부와 장기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미얀마 군부의 최대 난적이자 민주세력 연방군 창설의 마지막 퍼즐인 아라칸반군(AA)도 시민들 편에 섰다. 미얀마는 평화 시위 및 강경 진압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내전 국면으로 치닫기 직전이다.

24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부의 체포 작전에 노출됐던 민주화 운동가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핵심 인사 1,000여 명이 최근 KNU가 보호 중인 미얀마 남동부 카렌주(州) 국경지역으로 집결했다. 군부에 맞서 문민정권 수립을 요구했던 1988년 '88항쟁' 당시에도 민주 인사들의 도피처였던 KNU 지역이 33년 만에 역사에 재등장한 셈이다.

아직 양곤과 만달레이 등에서 저항 중인 나머지 활동가들의 이동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카렌주를 포함, 시위대 편에 선 카야ㆍ몬ㆍ샨주 등의 다른 소수민족반군 활동 지역으로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 전국적 휴전협정(NCA)에 서명했던 KNU 등 소수민족 반군은 최근 군부가 보낸 '국군의 날'(3월 27일) 행사 초대도 거부한 상태다.

소수민족반군과 수치 고문 측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군부대 창설 움직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반군부 세력에 합류하는 것을 주저하던 AA가 전날 "무고한 시민들을 총살하는 군부를 용납할 수 없다"며 "AA가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투표권을 박탈당해 문민정권에도 반감이 강하던 AA는 지난 21일 라카인주 내 소수민족 시민단체 77곳이 반군부 선언을 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파도 도 KNU 대변인은 "CRPH와의 연대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이제 우리는 민주적 연방연합을 통해 미얀마를 새롭게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전을 목전에 둔 군부는 시위대를 향한 무자비한 과격 진압을 이어갔다. 군은 전날 '시위 주동자를 체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만달레이 민가를 차례로 습격, 부친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7세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연소 사망 사건에 시민들은 이날 만달레이 등 전국 각지에서 도심 내 이동을 자제하며 '침묵 파업'을 벌였다. 국제인권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20여 명에 달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