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인플레 우려할 사항 아냐...올해 성장률 상향"

입력
2021.03.24 08:00
일시적 인플레 있겠지만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올해 성장률 종전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
CBDC 도입되면 암호화폐 수요 줄어들 것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에선)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코로나 감염상황이 빠르게 진정돼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올해 2분기에 기저효과와 소비 증대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연간 전체로는 지난 전망치(1.3%)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수준(2%)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전망치(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요국에서 확장적인 거시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신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경제도 수출과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성장률 전망 수정치에 관해선 "다음 경제전망 때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단호한 어조로 부정했다.

그는 "경제 성장세가 종전 전망치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지급수단 등 화폐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지급수단이나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응답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가 없는 3월 한 달간의 현안에 대한 이 총재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다음 통방회의가 열리는 내달 15일까지 기다리기엔 미국과 우리나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의 향방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수시로 조정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통화당국으로서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 시장과 원활히 소통함으로써 충격이나 혼선이 야기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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