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2주 승부' 누가 치명적 실수하느냐에 달렸다

입력
2021.03.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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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야 대표 선수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로 23일 확정됐다. 오 후보를 맞이한 민주당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여파로 당청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정권 심판'을 들고 나온 보수 적통 후보는 부담스럽다. 박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시선은 보다 여유롭다.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드라마' 주인공이 된 오 후보로 범보수가 총결집하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섣부른 예측은 위험하다. 선거일까지 15일의 시간이 남아 있고, 순식간에 뒤집히고 요동치는 것이 민심의 속성이다.


강점도 약점도 닮은꼴… 도덕성 검증도 고만고만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인물 경쟁력'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박 후보는 4선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오 후보 이력도 만만찮다. 오 후보는 초선 국회의원 출신에, 두 차례 서울시장을 맡아 시정을 지휘한 관록을 내세운다.

대중에게 친숙한 점도 닮았다. MBC 기자 출신인 박 후보는 한국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였다. 오 후보도 TV 프로그램 '오변호사 배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서로가 약점으로 지목한 '도덕성 의혹'도 양측 다 결정적 한방이 없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박 후보 남편의 일본 도쿄 아파트 소유 논란도, 민주당이 공격하는 오 후보의 서울 내곡동 처가 땅 셀프 보상 의혹도 몇 년 전 검증 정국을 한 차례 통과한 재탕 이슈다.


정권심판+단일화 바람 탄 오세훈, 어디까지?

박 후보 입장에선 '오세훈 바람'을 잠재우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 심판론이 키운 오 후보의 상승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방송3사·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이달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양자 가상 대결에서 오 후보(47.0%)는 박 후보(30.4%)를 다소 크게 제쳤다. 지난 2월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 박 후보(40.8%), 오 후보(41.8%)의 지지율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40여일 만에 큰 격차로 벌어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가상 대결'에 불과하다. 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뤄내느냐에 따라 범보수 진영의 결속력은 흔들릴 수도, 단단해질 수도 있다. 2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조직력이 앞선 민주당이 치열한 전략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네거티브 과열 조짐… 치명적 실수가 '변수'

결국 변수는 어느 후보 측이 '치명적 실수'를 하느냐로 모아진다. 이번 선거는 이미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미래를 건 대전이 된 만큼, '네거티브 여론전'이 과열될 조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선거가 진행될수록 후보들의 능력보다 외부 요인이 위협이 된다"며 "각 후보 진영에서 네거티브가 과해지면, 두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지워지고, 지지층을 떠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 2주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내림세를 멈출 것인지도 변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후보 지지율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는 추세"라며 "LH 사태 등을 정부·여당이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박 후보의 반등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