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위기 탈출 vs 레임덕…박영선·오세훈 진영 대리전 시작됐다

입력
2021.03.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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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게 됐다. 4월 7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벼랑 끝 한판 승부가 된 것이다. 다음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선거는 차기 서울시장을 결정하는 선거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이냐, 국민의힘의 정권 탈환이냐'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 후보가 보수ㆍ제3지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의 승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22일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00%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양당은 여론조사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 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중도 사퇴한 오 후보는 10년 만에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됐다. 오 후보는 단일후보 수락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가슴 한편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보선은 거대 양당이 대결하는 ‘미니 대선’이 됐다. 박 후보가 승리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수습할 기회가 될 것이다. 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반등 동력을 얻는 것을 비롯해 여권이 침체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휘청거리고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로 힘이 쏠리면서, 보수 진영의 대선 판 자체가 다시 짜일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한 국민의힘이 이기면, '레임덕'(정권 임기 말 권력 누수)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고, 친문재인 진영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민주당 권력 지형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면서 제3지대와의 연대 타진 등 정권 교체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차기 정권을 둘러싼 대리전을 앞두고 있는 박 후보와 오 후보는 곧바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낡고 실패한 시장”이라며 “이제 구도는 확실해졌다. 실패한 시장, 거짓말하는 시장이냐, 미래를 말하는 박영선이냐”라고 견제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가 대형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강제 철수'하게 되면서, 제3지대 바람은 당분간 잠잠해질 전망이다. 안 대표는 패배 직후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보수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가운데, 범보수 진영 정계 개편 여부와 시기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의 선택이 상당 부분 좌우할 것이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안 대표에게도 일부 결정권이 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