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역전' 오세훈, 10년 만에 시장집무실 재입성 노린다

입력
2021.03.23 11:20
안철수 제치고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ㆍ7서울시장 보궐선거 최종 경쟁의 링에 올랐다.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서다.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오 후보는 이제 세 번째 당선을 위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치르게 됐다.

10년 만의 서울시장 재도전. 오 후보는 재선 시장이던 2011년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전면 무상급식 도입에 반대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개표 가능 투표율(33.3%)을 넘기지 못해 자진사퇴했다. 이후 10년동안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를 내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재기를 노린 선거마다 패배의 쓴잔도 마셔야 했다. 그가 이날 야권 단일후보 확정 직후 울먹이며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 제 가슴 한편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겠다"고 밝힌 이유다.

화려했던 정치 이력… 소장파 정치인에 45세 서울시장 우뚝


오 후보는 1961년 서울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서울 대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3년 ‘일조권 소송 사건’을 맡으며 대중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이 침해됐다며 건 소송을 맡아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를 이끌어 낸 것이다. 1996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로 발탁되는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오 후보는 39세였던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선이었던 2004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소위 ‘오세훈법’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오세훈법은 아직도 금권 선거를 막은 정치개혁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초선 시절 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미래연대'를 이끌며 소장 개혁파로 주목받았다.

40대 기수로 승승장구하던 오 후보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오 후보를 전격 호출했다. 강 전 장관을 꺾은 오 후보는 45세의 나이에 1,000만 수도 서울을 이끄는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접전 끝에 제치고 재선에 성공한 오 후보는 보수 진영의 차세대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장 중도 사퇴… 21대 총선 패배


평탄한 길만을 걷는 듯했던 오 후보의 정치인생은 두 번째 서울시장 임기 때부터 부침을 겪는다. 2011년 민주당이 다수였던 서울시의회가 보편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 후보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주민 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됐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2011년 8월 자진 사퇴했다. 두 달 뒤 치러진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전 시장이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보수진영에서는 오 후보 책임론을 아직도 제기하고 있다.

이후 재기에 나선 오 후보의 정치적 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정세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패해 낙선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섰지만 역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정치 신인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까지 패해, 그의 정치 복귀 자체가 불투명해 보였다.



나경원에 이어 안철수까지 누르고 화려한 재기 발판

이번 서울시장 도전은 오 후보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나 다름없었다. 내년 대권 도전을 고려했던 그가, 방향을 틀자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 당내 경선 때부터 나경원 전 의원 등 경쟁자들에게 ‘10년 전 원죄론’ 공격에 시달렸다. 하지만 오 후보는 '4월 8일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험과 능력에서 경쟁력을 강조하며 나 전 의원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따뜻한 보수 이미지에 제1야당 후보라는 타이틀까지 몸집을 키운 오 후보는 결국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해 초반 상승세를 탔던 안철수 후보까지 누르며 보수 야권 후보로 우뚝 섰다. 이제 박영선 후보와 최종 일합만 남겨둔 상황. 오 후보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다시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 그 종착역이 대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4월 7일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