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하며 역사를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 같은 대학 연구소도 학문적 우려를 제기했다. 하버드대 기관이 램지어 논문을 두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버드대 라이셔 일본학연구소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램지어 교수의 최근 출판물은 하버드대의 일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학문의 실증적인 근거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교내 신문 크림슨에 따르면 하버드 교수들의 개별 비판 의견은 제기됐으나 지금껏 기관 차원의 대응은 없었다. 특히 라이셔 연구소는 램지어 교수도 소속된 기관이라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7일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 교수와 앤드루 고든 교수가 램지어 논문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술성명을 냈고, 램지어 교수의 로스쿨 동료인 한국계 석지영 교수도 뉴요커 기고를 통해 해당 논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라이셔 연구소는 성명에서 “연구소는 하버드대의 모토인 ‘진리’를 재확인하며 진실 추구와 최고 수준의 학문적 완결성 지지 약속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커트-고든 교수의 학술성명, 글로벌 역사학자 5명의 세부 반박문, 석 교수의 기고문 등을 소개하면서 램지어 논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연구소는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미국과 국외 학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을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요구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이 된 램지어 교수 논문을 싣기로 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가 역사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논문도 철회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성명에는 또 “어떤 형태의 증오 발언, 괴롭힘, 협박도 명백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램지어 교수는 물론 이를 비판한 하버드대 안팎의 교수들이 증오ㆍ협박 메일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크림슨은 램지어 교수는 물론 메리 브린턴 라이셔 연구소장을 비롯한 다른 일본학 연구자들도 살해협박ㆍ증오 메일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램지어 교수를 비판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와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협박 메일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