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예상대로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무혐의 종결 결론 유지’를 대검에서 보고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꺼내든 반격 카드는 ‘고강도 감찰’이었다. 더구나 박 장관은 19일 대검 부장ㆍ고검장 회의 결과의 언론 유출도 문제 삼는 등 전방위 감찰을 지시했다.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검찰과의 ‘2라운드’ 대결을 시작한 셈이다.
박 장관은 법무부ㆍ대검 합동감찰을 설명하면서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검찰 직접수사 개선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한 전 총리 관련 사건 처리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되짚어보겠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유ㆍ무죄 논란과는 별개로, 검찰 수사의 고질적 병폐는 반성해 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하필 한 전 총리 사건을 감찰 계기로 삼아 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합동감찰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2010~2011년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ㆍ공판 과정 전반은 물론, 작년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민원의 배당ㆍ조사ㆍ의사결정ㆍ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전 총리 사건은 10년 전 검찰 수사 단계부터 ‘정치적 표적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2015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났음에도, 지난해 4월 모해위증교사 의혹마저 불거졌다.
우선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 법무부가 꼽은 ‘감찰 포인트’는 △인권침해적 수사방식 △재소자들 증언 연습 정황 △수용자에 부당한 편의제공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 정황 등이다. 금품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70여차례 소환하거나, 한 전 대표 재소자 동료인 한모씨 조사를 위해 한씨 아들과 조카까지 불렀다는 의혹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만호 전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금품공여 진술을 뒤집은 건 거짓말’이라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법정 증언을 연습시키고, 외부 음식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출정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은 정황 등도 감찰 대상이다. 이와 함께, ‘한명숙 1차 사건(5만달러 뇌물 사건)’의 1심 무죄가 예상되자 선고 하루 전 한신건영 압수수색으로 2차 수사를 본격화한 사실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당시 표적수사 논란이 거셌던 탓이다.
법무부는 또, 지난해 4월 재소자 민원을 접수한 뒤 ‘윤석열 대검’이 모해위증 사건을 처리한 과정도 감찰 대상으로 삼았다. 세부적으로는 △민원 사건 이첩 과정 △특정 검사 직무배제 논란 △불합리한 의사 결정 논란 △비공개회의 내용 유출 등을 꼽았다. 대검이 당시 법무부 감찰부로 이첩한 사건을 인권부에 넘긴 점, 감찰부가 이 사건을 다시 맡게 된 후엔 ‘재소자 기소’를 주장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아닌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경위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대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릴 때 대검 연구관 6명의 논의만 거치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나 임은정 연구관의 의견 청취를 하지 않은 사실도 또다시 지적했다. 이에 더해, 19일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내용이 곧바로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서도 법무부는 “비공개회의 내용의 특정 언론 유출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감찰의 순수성도 인정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잘못된 수사관행 개선 계기로 삼겠다며 꼽은 사건이 하필 여권 유력인사가 관련된 정치적 사건인 데다, 유죄 확정 판결도 받은 10년 전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례적인 반복적 소환조사 등이 되짚어볼 문제인 건 맞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진 수사 관행"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정치적 성격이 짙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감찰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표적 수사’와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