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우주전략이 없다

입력
2021.03.22 20:00
25면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던 냉전시대 우주는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 수단이었다. 냉전 종식 이후, 우주는 더 이상 국가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라고 불리고 있는 우주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민간 기업들도 우주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우주산업의 중심은 기존에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하드웨어 개발과 제작에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활용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급속하게 이동 중이다. 소형발사체와 발사체 재사용 기술은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고, 다양한 우주기반 서비스 산업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다면 중소기업도 충분히 진입 가능한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2018)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한 326개 기업체의 우주 분야 매출액은 전년보다 22.1% 증가한 3조3,3931억 원이었다. 2013년 이후 기업체의 우주 분야 매출액은 우주기기 제작 분야와 우주활용 분야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2017년 우주산업 매출액이 우주활용 분야가 3조132억 원(88.8%), 우주기기제작 분야가 3,799억 원(11.2%)으로, 활용 분야가 하드웨어보다 매출이 9배가량이나 크다는 것이다. 과학과 탐사의 영역이었던 우주는 미래 새로운 국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에서는 국방우주력발전 시행 계획을 채택하고 합동참모본부와 해군, 육군, 공군 모두에서 우주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21년 내에 합참 차원에서 군사우주전략을 완성할 예정이다. 군사우주전략에는 우주감시, 우주정보지원, 우주발사, 우주통제 등이 포함된다. 우주는 이제 단순히 평화와 과학적 호기심의 영역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안보 전략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확보한다는 의미는 미래 우주시대에 대한민국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눈앞에 닥친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정치지도자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합적이고 전술적인 국방과 과학, 산업 목적의 우주활용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인 국가우주전략이다. 우주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해서 과기정통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우주 부분 투자전략을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토부, 해수부, 기상청 등 우주활용 부처들과 과기부, 산업부 등의 기술개발 부처들이 함께 모여서 종합적인 국가우주전략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과기정통부 주관의 우주에 대한 거버넌스를 청와대 안보실 혹은 총리급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과기부, 국정원, 국방부 등 정부부처 간 우주에 대한 주도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의 국가우주청 창설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우주에 대한 축적된 기술 역량을 잘 집중해야만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역할 분장 및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출연연구원은 민간과의 경쟁을 지양하고, 국가우주전략에 필요한 우주기술 확보 및 국내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만 한다. 민간의 이익을 보장하고 투자를 견인할 수 있는 관련 법, 규정, 제도의 개선 및 제정이 필요하다. 민간의 우주산업 개발 노력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