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만 노출? 오세훈·안철수, 중요해진 '화학적 결합'

입력
2021.03.21 09:30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 여론조사 시점과 문항 세부 조율 등만 합의하면, 단일화 협상은 성사된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막판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만큼, 향후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질 수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 후보 측은 21일 오전 10시 실무협상단 만남을 통해 단일화 최종 합의 도출에 들어간다. 전날 양측은 여론조사기관 2곳에 적합도와 경쟁력을 50%씩 반영해 조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조사 표본은 1곳의 여론조사기관마다 1,600개씩이며, 100% 무선 안심번호를 이용한 방식에 합의했다.

조사 시점을 두고는 최종 조율이 필요하다. 휴일이 낀 이날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안 후보 측 주장과 22, 23일 실시해도 늦지 않다는 오 후보 측 주장이 맞서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 최종 서명만 남았지만, 야권 내부에서는 단일화 승패가 갈린 이후를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미 두 후보는 지난 19일 전에 없는 ‘양보’ 경쟁을 하는 등 신경전의 절정을 보여줬다. 18일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부인을 겨냥한 안 후보에 대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주고 받았다. 단일화를 촉구했던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일부 원로들은 협상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비난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두 후보 측 갈등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 양상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양당 내부에서는 "단일화 이후 시너지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를 우려한 듯 이미 두 후보는 지난 10일 비공개 회동에서 서울시 공동운영을 위한 '정책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단일화 협상 과정부터 두 후보가 공통된 비전을 수립하고 정책을 공유한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이후 패자 쪽 지지층을 잡아 놓기 위한 속내도 담겨 있었다.

선거 전략의 '귀재'라 불리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에 나서기 시작하는 등 본격화하는 여권의 공세도 단일화 이후 두 후보의 화학적 결합을 더 필요하게 하는 이유다. 한 야권 관계자는 20일 "선거가 아직 보름 가깝게 남았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선거에 작용할지 모른다"며 "승패를 떠나 두 후보가 단일화 이후에도 이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본선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