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등 떠밀려 "한일 안보협력 강화" 외친 국방부의 향후 행보는

입력
2021.03.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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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서상 긴밀한 군사 협력은 어려워 
소통채널·기존 합의된 협력 복구 나설 듯


5년 만에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한일 안보협력 강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과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한일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한 달 전 펴낸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한 것을 감안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다. 국방부는 2018년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과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을 이유로 "양국 국방관계는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급선회는 2+2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해 온 미국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7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이례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국민 정서상 일본과 적극적인 군사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양국 간 가능한 군사 협력 분야와 수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80도 바뀐 국방부... 한일 소통채널 복구부터?

군 안팎에선 당장은 한일관계 악화로 중단된 군사당국 간 소통채널 정상화가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장관은 18일 "올 6월 예정된 다자안보 회의인 샹그릴라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고위급 정책협의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협력에 대한 추가 언급은 없었다.

1994년부터 정례적으로 회담을 진행해 온 한일 국방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2019년 11월 이후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 회담도 2019년 11월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방위장관이 태국에서 열린 제6차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 참석 당시 미국의 중재로 마지못해 이뤄진 바 있다. 지소미아 등의 현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린 회담은 40분 만에 끝났다. 국장급이 연례적으로 만나는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도 2015년 8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미국 포함'해 진행되던 훈련도 대부분 중단

국민 정서를 감안해 제한적 범위에서 실시돼 오던 훈련도 대부분 멈춰 섰다. 2016년 12월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합의한 '한미일 잠수함 추적훈련'은 2017년 4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처음으로 실시한 게 마지막이었다. 함정 조난 등에 대비해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홀수 연도에 실시돼 온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도 2017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다만 한미일이 북한 탄도탄을 탐지 추적하는 미사일 경보훈련은 2016년 6월 첫 실시 후 현재까지 분기마다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출신인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이 또 한반도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국민적 불신 때문에 그간 한일 안보협력은 비전투분야에 국한됐다"며 "대체로 중간에 미국을 끼고 진행했고, 훈련도 작전이 아닌 정보분야에 한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일관계가 악화된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협력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합의된 협력을 복원하는 수준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