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 큰 변화를 맞는다. 금소법은 소비자가 용어, 구조 등 모든 면이 낯선 금융상품에 덜컥 가입했다가 손해를 보는 일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권은 규제 강도가 강해졌다고 불만이다. 앞으로 달라질 정책, 금융업계 우려와 이에 대한 금융위원회 설명을 종합해 문답으로 풀어봤다.
-금소법이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쉽게 말해 펀드, 변액보험에만 적용했던 '6대 판매원칙' 범위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넓히게 된다. 6대 판매원칙이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원칙,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과장광고 금지다."
-10년 만의 시행이라는데.
"금소법 논의는 2008년 키코(KIKO·외환파생상품) 사태 때 시작됐다. 당시 금소법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국회 논의가 첫 발을 뗐다. 법 제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국회를 움직인 건 2019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였다. 결국 정치권은 지난해 3월에야 금소법을 통과시켰다."
-어떤 금융상품이 적용 받나.
"앞으로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에서 예금, 대출, 펀드, 보험 가입은 물론 신용카드를 한 장 만들 때도 금소법 적용을 받는다. 단, 신협을 제외한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상품은 아직 금소법 테두리 밖에 있다. 또 카카오페이처럼 현금을 미리 입금해 놓고 쓰는 직불·선불 결제는 제외된다. 금융상품이 아닌 지불 수단으로 봐서다."
-적합성, 적정성 원칙이 무슨 말인가.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위험 감수형, 안정 지향형 등 소비자의 투자성향과 비슷하게 설계된 금융상품만 권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적정성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소비자가 투자를 결정한 금융상품이 재산, 투자성향과 걸맞지 않을 경우 미리 알려줘야 한다."
-적합성 원칙이 오히려 투자자의 권리를 해치는 건 아닌가.
"업계에선 한번 정한 투자성향이 이후 다른 금융상품 가입 때도 계속 적용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나이가 들거나 재산 변동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투자성향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는 신규 상품을 문의할 땐 투자성향을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처한 상황에 맞게 투자성향도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험회피 성향이더라도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할 수 있나.
"금융사는 위험회피 성향 고객에게 수익률은 낮지만 덜 위험한 금융상품만 권할 수 있다. 투자성향은 거래목적, 계약기간, 기대수익률, 금융상품 이해도, 재산상황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다만 만약 소비자가 권유 전에 특정 상품을 골라왔다면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해당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판매원칙을 어기면 폐쇄형 사모펀드도 해지할 수 있나.
"과거엔 폐쇄형 사모펀드는 중도 환매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사가 6대 판매원칙을 위반하고 폐쇄형 사모펀드를 팔았을 경우, 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권'을 쓸 수 있다. 가령 3년 만기 펀드에 1억 원을 투자했고, 위법계약해지권 행사 시점에 40% 손실이 발생했다면 6,000만 원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나머지 4,000만 원은 추후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단 계약 종료 후엔 위법계약해지권을 사용할 수 없다."
-금융업계는 위법계약해지권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금융업계는 판매 과정상 위법 사실을 소비자가 바로 제기하지 않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위법계약해지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펀드가 부실해졌다고 모든 위법계약해지권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위법계약해지권은 재판, 금융당국 검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만 통한다는 설명이다."
-단순 변심으로도 상품 계약을 해지할 수 있나.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파생상품 등 고난도 금융상품을 권유 받고 청약했을 경우 최대 9일까지는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금융사는 막무가내 분쟁 고객을 걱정한다. 대책은.
"소비자가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돈을 잃었다면서 금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금융사가 입증해야 한다. 금융사는 설명의무를 다하기 위해 녹취 시스템을 확대 도입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업계처럼 긴 분량의 설명서에 대한 부담감, 악성 고객을 우려하면서도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는 원칙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