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아의 세계 '메타버스'를 주목하라

입력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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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1년의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의 디지털화'이다. 각국 정부의 방역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보편화되고 온라인쇼핑과 게임, 랜선모임이 급증하는 등 언택트 생활방식이 일상화되었다.

그렇지만 비대면 일상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와 같은 우울증이나 정서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고, 디지털기술 활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아를 투영한 캐릭터(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공간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서로 간의 직접적인 교류와 상호작용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물리적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관계성 욕구가 '자아의 디지털화'를 통한 가상세계로의 참여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인 '메타버스(Metaverse, meta(초월)와 universe(현실세계)의 합성어)'가 바로 그들의 '디지털 자아(Digital Self)'가 모여드는 새로운 세상이다. 미국 10대들의 절반 이상이 가입해 초딩들의 놀이터, 게임판 유튜브로 불리는 '로블록스'나 세계 각국에서 교육콘텐츠로도 활용되는 '마인크래프트',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는 소셜 공간인 '포트나이트 파티로열'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했던 '동물의 숲' 등이 대표적 예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네이버의 아바타 기반 SNS 플랫폼인 '제페토'가 전 세계 2억 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설정과 시나리오가 없는 개방형 플랫폼으로써, 이용자들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일종의 창조자이자 주민으로서 자유로운 사회·문화·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운영체계(OS)를 통해 앱마켓이라는 신시장을 창출한 것처럼, 메타버스 역시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 간의 자유로운 생산과 소비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2027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삶의 형태와 경제 방식을 좌지우지할 Z세대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들에게 인터넷은 스마트폰 스크린에 가로막힌 '2차원 평면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자아를 통해 직접 참여하는 '3차원 체험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 메타버스란 'N포세대'라는 자조가 유행하는 현실세계에 비해 더 큰 자율성과 효능감을 느끼며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삶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이들이 여가를 즐기는 방식뿐 아니라 일하고 소비하고 학습하고 소통하는 생활 전반의 인터넷 이용행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과 통신사 등 많은 ICT기업들이 가상·증강·확장(VR·AR·XR)현실 같은 메타버스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선인터넷에서 모바일인터넷으로의 진화가 글로벌 경제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것처럼, 메타버스가 웹과 앱을 잇는 차세대 온라인 플랫폼으로 부상하게 되면 또 한번 전 산업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개인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것을 잊지 말자.



전승화 데이터분석가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