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 자리 남았다... 美 바이든 행정부 조각 마무리 수순

입력
2021.03.19 13:30
CIA 국장 윌리엄 번스 만장일치 인준
'다양·전문성' 내각으로 트럼프 차별화
'곳간지기' 예산관리국장은 고민거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조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각료급 인사 23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3명이다. 지난해 11월 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지명하며 내각 구성에 시동을 건 지 4개월 만에 새 행정부 진용이 얼추 갖춰진 셈이다. 백인 남성 위주였던 각료진에 여성, 흑인, 이민자 출신 등 다양성을 추가하며 전임 도널드 트럼프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원은 18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초대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윌리엄 번스 지명자를 인준했다. 로이터통신은 “상원은 격렬하게 분열된 의회에서 이례적으로 반대 없이 만장일치 구두 투표로 번스 지명자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번스 국장은 국무부에서 33년간 일하며 부장관까지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중국 지도부에 대응하는 것이 미 국가안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고강도 대중 공세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발탁’ 인사로 평가됐던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州) 법무장관도 이날 초대 보건복지부(HHS) 장관에 인준됐다. 라틴계 출신 복지부 장관은 처음이다. 그의 인준을 두고 민주ㆍ공화 양당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지만,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하나가 나오면서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베세라 장관은 앞으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산하 기관들을 감독하며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전날에는 대외무역 협상을 이끌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역시 만장일치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고, 15일에는 뎁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가 인준 문턱을 넘으며 원주민 출신 첫 각료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바이든 내각을 아우르는 열쇳말은 다양성과 전문성이다. 여성, 흑인, 성(性)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의 고위 관료를 배출한 게 특징이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사상 첫 여성 부통령부터 흑인 국방장관, 이민자 장관까지 역사적인 ‘최초’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자리는 노동장관과 장관급인 예산관리국장, 대통령 과학보좌관뿐이다. 이날 상원이 마티 월시 노동장관 지명자에 대한 절차 투표를 통과시키면서 그의 인선엔 청신호가 커졌다. 절차투표는 최종 표결 직전 관문이다. 다만 나라 곳간지기 격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니라 탠든 전 미국 진보센터(CAP) 의장을 지명했지만 과거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한 ‘막말 트윗’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낙마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