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원앙의 사랑의 세레나데

입력
2021.03.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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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종의 효심이 깃든 창경궁. 이맘때면 생강꽃과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 치장에 한창이다. 겨우내 조용했던 궐내 연못 춘당지에는 짝짓기의 계절을 맞은 원앙새들의 몸짓으로 시끌벅적하다. 물속에서 수초를 물어와 새침한 암컷에게 구애 하는 수컷, 동료들과 멀리 떨어져 으슥한 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원앙 부부… 몇몇 수컷은 짝이 있는 암컷에게 추파를 던지다 서로 물을 튀기며 몸싸움도 한다. 이 작은 연못에 인간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하면 다소 과장일까.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마음에 담아둔 암컷 앞에서 화려한 깃털을 세우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원앙의 모습에 이곳을 찾은 상춘객의 마음도 덩달아 설렌다. 원앙은 천연기념물로 금슬 좋은 부부애를 상징하는 새다. 알을 품고 있는 암컷 곁을 지키는 수컷의 모습을 본 옛날 친정어머니들은 시집가는 딸에게 혼수품으로 베개와 이불에 한 쌍의 원앙새를 수놓았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원앙처럼 다정하게 백년해로 하라”는 친정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혼수품에 깃든 것이다. 하지만 원앙의 실제 모습은 일부다처로 살며, 번식기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각자의 삶은 산다고 하니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 모양이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