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추가 투기 0명" 고양 "창릉 내 매입 0명"… 예견된 맹탕 셀프조사

입력
2021.03.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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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용인, 개발예정지 주변 땅 소유 공무원 수사의뢰 
세종 “의심자 없다” 발표엔 "예견된 결과" 평가절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칼을 빼들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별로 소속 공무원을 전수조사해 개발 예정지와 그 인근에 땅을 매입했는지 파악하고 의심 사례는 수사의뢰 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정작 부동산 투기의 핵심 수법인 차명 매입 등을 밝히는 데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는 18일 공직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무원 3명을 경찰에 수사의뢰 한다고 발표했다.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 중인 SK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구 인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2014년 3월 1일부터 사업 주민공람일인 2019년 3월 29일 사이에 해당 사업과 관련한 원삼면 독성리와 죽능리 일대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매입 토지는 사업부지 경계와 인접한 땅으로 각각 죽능리 578.51㎡, 독성리 660㎡, 독성리 6,453.5㎡다.

창릉 3기 신도시가 조성될 고양시도 이날 소속 공무원과 그 가족, 시 산하 도시관리공사 도시개발부서 직원 등 4,05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시는 창릉지구 내 토지 매입자는 없었지만 공무원 5명이 인근 땅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중 3명을 경찰에 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수사의뢰 대상자 3명은 투기 개연성은 낮지만 일체의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정부가 2019년 5월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발표하기 이전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은 부모가 빌려 경작 중인 도내동 인근 땅 724㎡를, 다른 한 명은 성사동 자택 인근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426㎡를 각각 2015년과 2018년 사들였다. 나머지 한 명은 2016년 삼송취락지구 내 대지 146㎡를 매입해 단독주택을 지어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시도 이날 전수조사 결과를 내놨다. 대규모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사전에 매입한 소속 공무원은 앞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3명이 전부라는 게 핵심이다. 조사 대상은 시청 공무원 2,601명, 산단 업무 관련 직계 존비속 102명 등 2,703명이었다.

시민사회에선 지자체 조사 결과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수조사를 했다지만 조사 대상과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공신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거래에 흔히 동원되는 차명거래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명백한 한계로 지적된다. 지자체들이 조사 대상을 공직자 본인으로 한정하거나 가족을 조사하더라도 개발부서 직원으로 한정한 탓이다. 세종의 경우 지역 내 각종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조사 대상을 스마트 국가산단으로 한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은정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 합동조사 없이는 전반적인 투기 행위를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인시에선 새로운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주민단체가 자체 조사를 통해 SK반도체클러스터가 들어설 원삼면 일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대거 땅을 매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지영 원삼면 주민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7년부터 2019년 3월 29일까지 사업부지 경계선에서 반경 1㎞ 안에서 이뤄진 토지 거래가 모두 600여 건인데 이 중 80건이 의심사례로 분류된다”며 “이 중 30건은 LH 직원, 20건은 공무원으로 추정되지만 추가 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수사는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인천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 예정지 토지 거래자를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입건자는 10명 미만으로, LH 직원은 없었다. 경찰은 “3기 신도시 발표 전에 LH 직원과 공무원, 시·구의원 등의 내부정보 부정 이용 등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향후 내사·수사 대상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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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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